초여름에 접어든 중남미 브라질에서 체감 온도 섭씨 59.7도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빈민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INMET)는 지난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에 따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브라질 곳곳에서 평균 기온보다 5도 이상 높은 상태가 닷새 이상 지속되면서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INMET은 경고했다.
앞서 중서부 코룸바 최고 기온은 15일 43.3도까지 치솟았고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기온도 각각 37.7도, 42.6도를 찍으며 올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의 18일 체감 온도는 59.7도에 달했다.
브라질에서 절기상 여름은 12월부터 3월이고 이 기간 기온은 통상 27∼33도인데, 벌써부터 이를 훌쩍 웃도는 더위가 이어진 것이다.
17일에는 폭염 속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에서 관객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폭염은 "(브라질의) 기후 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고 민간 기상 사이트 메치수(MetSul)는 내다봤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7∼10월에도 내내 더위가 지속됐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빈민가 노동자들이 입는 피해는 극심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근무 중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모토 택시(소형 3륜 택시) 기사로 일하는 플라비우 피게이레두(42) 씨는 "기온이 30도인 날에 도로에 차를 세우면 40∼50도처럼 느껴진다"면서 "(더위로)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파라이바주 아라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마릴레이지 프란시스쿠도 "더 더워지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쿠처럼 아라라 등에 거주하는 주민은 단수나 단전이 자주 발생하는 탓에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내 기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농촌대학 소속 지리학자 앤드루스 루세나는 "빈민가와 같은 가난한 지역이 가장 더운 곳"이라면서 "최악의 건축 자재, 녹지 공간 부재, 미완공 건물 등으로 인해 열이 축적되고 과잉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일부 주민은 정부가 폭염에 시달리는 빈민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라라 주민 루이스 카시아누 실바는 "공공 당국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폭염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라면서 구조적 인종차별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브라질에서 빈민가 주민의 67%는 흑인이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