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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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정찰위성 발사는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자초하는 것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과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 등 도발 가능성과 대응방안을 점검하기 위해 개최됐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20/뉴스1

정부는 어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준비 동향 등 도발 가능성과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그제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앞으로 일주일 내지 늦어도 11월30일 이내 정찰위성을 발사하지 않을까 한다”며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면 우리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안을 빠르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발행위”라고 강력 경고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한·미·일 3국 군사시설 정찰능력을 확보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북한이 겉으로는 우주이용 권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ICBM 도발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속셈이다. 위성로켓이건 ICBM이건 고출력 탄도미사일 기술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북한이 지난 20년 동안 미사일 도발을 끊임없이 해온 이유다. 북한이 최근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하는 전술핵무기 능력에 정찰능력까지 더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에 군사정찰위성을 쏜다면 ‘기술의 진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5월에는 2단계 추진체 시동 불발로, 지난 8월에는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어떤 식이건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에 재차 발사하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이 예고한 시점을 한 달 보름 넘긴 것은 지난 9월 중순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기술이전이 아니면 설명하기가 어렵다.

북한의 위험천만한 도발은 한·미·일의 더욱 비상한 대응을 부를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정부는 두 차례의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의 책임을 물어 북한 국적자와 단체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북한의 도발은 김정은 정권에만 이로울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유엔제재가 강화되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게 뻔하다. 북한은 오판을 하지 말기 바란다. 끝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부분 정지해도 북한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일 결속은 더 강해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