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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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줄 모르는 'K라면'의 인기

올 60년… 수출액 첫 1조 돌파
9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 경신
저렴·간편… 한 끼 식사로 주목

올해로 출시 60주년을 맞은 라면의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끼 식량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한류 콘텐츠 확산으로 K푸드의 대표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다.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7% 늘었다. 라면 수출액은 올해 들어 10개월 만에 기존 연간 최대치인 지난해 7억6541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2015년부터 9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가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뉴시스

올해 1~10월 라면 수출량은 20만1363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9%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량(21만5953t)보다 적은 수준이지만 남은 두 달을 고려하면 역시 사상 최대치가 확실시된다. 이 경우 수출량도 9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에 원·달러 환율 1300원을 적용하면 1조208억원으로 추산된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은 두 달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1조2000억~1조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동일한 환율 조건에서 1조원 선을 약간 밑돌았다. 이 수치는 국내에서 생산돼 외국으로 수출되는 것만 고려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외국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되는 분량까지 고려하면 전체 수출액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농심은 국내에서 생산된 라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공장에서 라면을 생산해 현지에서도 직접 판매하고 있다, 팔도는 러시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라면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라면이 주목도가 커졌다. 아울러 한류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이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온 농심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대표적이다. 이어 글로벌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먹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운라면 먹기’ 챌린지가 이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는 과자처럼 부숴 먹는 ‘생라면’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극강의 매운맛 등을 특색으로 내세워 차별성을 뒀고 다른 즉석식품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높은 점도 한국 라면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세종=이희경 기자, 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