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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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직원 출생률 ‘2명대’ 비밀은… ‘자동 육아휴직의 힘’ [뉴스 투데이]

저출산 문제 극복 앞장
출산∼돌봄 ‘가족 친화제도’ 정착
여성 육아휴직 ‘선택’ 아닌 ‘의무’
대기업 최초 남성도 한 달 의무화
난임휴가·직장 어린이집도 운영

육아휴직 사용률 女 100% 男 90%
휴직 끝나면 기존 업무로 복귀
진급 등 인사 불이익 전혀 없어
“일·가정 양립해야 기업도 성과”

롯데이커머스 전민석 재무팀장은 아내가 둘째를 낳은 2019년 6개월간의 육아휴직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온전히 육아에 녹아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휴직 기간 가족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에도 도전했다. 복직 후 그는 근속연수 손해 없이 승진 연한에 맞춰 심사를 받았고, 지난해 팀장으로 승진했다. 전 팀장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제주도 살기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며 “육아휴직이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회사 분위기를 지인들이 가장 부러워한다”고 했다.

롯데는 2017년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의무화해 가족친화제도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전 팀장의 사례는 롯데그룹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롯데는 임신 준비부터 출산, 돌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며 직원들이 일·가정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 임직원 출생률(연도별 직원·기혼 직원의 배우자 100명당 출생아 수)은 10년간 2명대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노력이 저출산 극복에 어떻게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20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는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2017년에는 여성 육아휴직기간을 최대 2년으로 확대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것도 대기업 중 처음이다. 아내 출산 후 2년 내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도록 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자동육아휴직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롯데는 벌써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휴직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승진 등 경력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휴직 기간이 끝나면 기존 업무로의 복귀가 원칙이다. 복직 대비 준비사항과 선배 복직자들의 적응 경험 등이 담긴 매뉴얼 책자 제공과 20시간 온라인 교육, 복귀 직전 3시간 오프라인 교육 등 육아휴직 복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 적응과 안정적인 일·육아 병행을 돕는다.

무엇보다 육아휴직 사용 직원이 승진하거나 주요 보직을 맡는 등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며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덕분에 롯데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은 100%. 남성도 90%에 달한다. 2021년 기준 300명 이상 기업체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 76.6%,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6.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롯데 관계자는 “자녀 출산 후 사용하는 육아휴직은 ‘선택’이 아닌 ‘자동’과 ‘의무’라는 강력한 실행력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며 “세 자녀 출산으로 세 차례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 산모 또는 아이 건강 관리를 위해 의무 기간보다 길게 휴직을 이용한 직원 등 다양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는 이와 함께 임신부터 돌봄까지 전 과정을 돕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난임치료를 위한 휴가와 시술비를 지원하고, 임신 기간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모성보호 휴게실과 단축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하면 축하금과 2개월 분량의 분유 등 축하선물을 제공한다. 직장어린이집 18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취학 아동에도 학자금을 지원한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개월에서 최대 1년간 ‘자녀입학돌봄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롯데는 다자녀 가구에 특화된 지원과 아빠들의 육아 동참을 장려하는 제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2자녀 이상 미취학 아동 학자금을 확대 지원하고, 3자녀 이상 출산 시 2년간 다인승 차량 임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의 가족 지원 제도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강조해온 ‘다양성 중심의 경영철학’이 바탕에 있다.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기에, 복지 차원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롯데 임직원의 지난해 출생률은 2.05명으로 집계됐다. 동일 조건을 적용해 산출한 한국 출생률(연도별 20~60세 인구 100명당 출생아 수) 0.8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국가적인 저출산 기조로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2명대다. 유연근무제나 PC오프 등 가족친화제도를 강화한 2016년 이후에는 감소폭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육아 문제를 개인이 아닌 기업이 함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양육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가정과 일의 양립이 가능하게 해야 기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