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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기예방” 안심전세앱 내놨지만… 집주인 동의 필요해 ‘한계’ [심층기획-주거안정이 민생안정이다]

<2회> 손놓고 있는 정부

국토부, 지난2월 출시 불구 이용률 낮아
임대인 정보 조회 활용 1만건도 안 돼
“집주인 눈치 보여 이용 못해” 지적 일어
임차인 87%는 안심전세앱 아예 몰라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에 별 도움 안돼

전문가들 “세입자에 꼭 필요한 정보들
임대인 동의 없이 확인할 수 있게 해야”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예방 대책으로 선보인 ‘안심전세 앱’에서 임대인 정보 조회 서비스를 이용한 숫자가 1만건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앱을 통해 전세사기 발생의 주요 원인인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임대차 계약에서 ‘을’인 임차인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및 정부의 지원대책 개선을 촉구했다. 뉴스1

20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안심전세 앱이 출시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앱에서 임대인의 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9916건으로 집계됐다. 9개월간 앱을 다운로드한 건수 34만706건과 비교하면 임대인 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3%에 불과했다. 앱은 기존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이들과 체결을 앞둔 이들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법원 등기정보광장 기준 지난해 1년 동안에만 129만9500건의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앱을 이용한 임차인의 비중은 지극히 낮다. 

 

안심전세 앱은 △임대인의 과거 보증사고 이력 △임대인의 체납이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사고 위험성이 높은 악성임대인 여부 등 임대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임차인은 임대인의 채무·체납 이력과 위험성 등 신용도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인의 신용 문제가 생길 경우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전세 피해가 발생했다. 안심전세 앱에서는 임차인이 보증금 사고 위험이 많은 집주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집주인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었다. 

◆앱 2.0 출시했지만, 이용률 저조

 

국토부는 안심전세 앱을 최초 출시할 당시 임차인이 임대인과 대면한 상태에서 임대인이 직접 정보를 조회한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6월부터는 안심전세 앱 2.0이 출시돼 임차인이 카카오톡으로 집주인에게 정보 조회를 신청하면 임차인의 휴대전화로도 임대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임대인과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임대인 동의만 얻으면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임차인의 앱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안심전세 앱이 처음 출시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임대인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조회하는 ‘집주인 본인조회’ 이용은 4768건이었다. 앱 2.0이 출시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이 기능이 이용된 횟수 4400건으로 줄었고,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구해 임대인 정보를 열람하는 ‘집주인 조회요청’은 748건뿐이었다.

 

안심전세 앱을 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관계자는 “임대인 조회 기능을 통해 과거 알기 어려웠던 집주인 정보 조회가 간편해졌다는 의의가 있다”며 “만약 임대인이 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그 또한 임대인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전했다.

◆정보 비대칭 기저엔 갑을 관계

 

임차인들은 “임대인 눈치가 보여 앱을 이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차 계약의 ‘갑’인 임대인에게 ‘을’인 임차인이 정보를 요구하는 현 방식으로는 임차인이 안전한 전셋집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 광명에 살고 있는 전세 세입자 정모(33)씨는 “안심전세 앱을 다운로드 받아두긴 했지만 이용하지는 않았다”면서 “임대인에게 집주인 조회 기능에 동의해달라고 하면 관계가 너무 껄끄러워질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전셋집에 살면서 수리할 곳이 생기거나 계약을 연장하고 싶을 때면 임대인에게 연락해 부탁해야 할 것이 생기는데, 초장부터 임대인과의 사이를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임대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고 알람도 가지 않는다면 앱을 이용했겠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의 갑을 관계 속에서는 정보를 요구하기 조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도 앱의 실효성의 지적하는 리뷰가 속출했다. 한 이용자는 “(앱 2.0도) 집주인 동의를 받아야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다 될 것처럼 홍보하냐”고 꼬집었다. 다른 이용자는 “상대방(임대인) 의사를 물어보고 (임대인 정보) 확인이 가능한데, 본인을 의심해 동의를 구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냐. 전세사기 피해는 국민이 직접 알아서 피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낮다보니 앱을 알고 있는 세입자도 적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회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성인 세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차인 87%는 안심전세 앱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앱을 알고 있는 이들 중 76.2%는 앱을 이용해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

◆“임대인 자격 강화할 제도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임대인 동의에 기반한 정보 제공은 제한적이라는 걸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앱은 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일 뿐”이라면서 “전세피해 예방을 위한 제대로 된 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임차인이 시·군·구청에서 임대인의 세금 체납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공인중개사가 이를 고지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까지만 확인이 가능하고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관리감독할 사람은 배치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소장은 “정부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해 세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임대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임대시장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앱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예방책을 구현하면 세입자 중에서도 정보를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 예방이 가능하고, 앱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전세 피해가 개인의 문제로 남는다”며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증금을 주택가격 70% 이하로 제한하는 보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표준 임대차계약서 의무화하는 등 정부가 임대시장에서 매물로 거래될 수 있는 주택과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임대인을 선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