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커지는 한동훈 역할론… 인요한 “총선에 그런 분 와서 도와야”

韓장관, 금주 대전·울산 방문 계획
출마 질의에 “제게 중요한 일 할 것”
인 “젊지만 존경… 환영” 불 지피기
종로나 수도권 험지 출마 ‘역할론’

김기현 “슈퍼 빅텐트 치겠다” 선언
이준석 “당내 비주류도 내쫓고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역할론을 두고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읽히는 발언을 한 뒤 대전, 울산 등 전국 행보가 예고돼 여기서 나올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당 지도부는 ‘빅텐트’를 외치며 ‘보수 신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설에 대해 20일 “저는 저의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총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해 충분히 답을 드린 것 같다.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총선 출마론이 불거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총선은 국민 삶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한 장관은 21일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 개소식 참석 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방문한다. 오는 24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을 찾는다.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이 던진 “총선은 국민 삶에 중요하다”는 발언을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 위원장은 한 장관의 확장성에 대해 “굉장히 신선하고 너무 좋은 분”이라며 “아주 합리적인 분이다. 젊지만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의 출마 지역으로 “TK(대구·경북) 지역은 아니라고 본다”며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 한 장관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한 의원도 통화에서 “한 장관이 TK에 나오면 ‘제일 좋은 칼을 제일 가치 없이 쓰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전국구 선거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지역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상징성이 있는 서울 종로·용산구나 보수 텃밭인 강남 3구 등에 출마해 전체 선거에 기여하는 편이 좋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에 자객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럴 경우 다른 지역 선거를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비례대표의 경우 내년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아 위성정당으로 출마해야 하는 경우의 수 등이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한 장관의 대구 메시지에서 기대했던 참신함이 부족했다는 혹평도 있다. 국민의힘 TK지역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장관의 대구 일성은 ‘6·25전쟁’, ‘산업화’, ‘더위’ 등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며 “차라리 코로나19 초기의 어려움이나 지역 204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냈다면 확장성 있게 느껴졌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뉴스1

연일 ‘신당 창당설’을 띄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도 한 장관을 언급하며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한 장관이 앞으로 차별화된 모습들을 많이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누가 누가 더 그런 걸 잘하나 경쟁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밝혔다. 빅텐트는 성향이나 가치관이 다른 정치 세력이 선거를 앞두고 초당적으로 힘을 합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의 발언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영입에 이어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의 영입이나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과의 연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인사와도 화합 못해서 몽둥이 찜질하고 내쫓고 어디에다가 빅텐트를 펼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창당 실무작업의 일환으로 구축하고 있는 온라인 연락망과 관련해 10만명 모집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대통령이 개과천선하셔서 ‘홍범도 장군 흉상 제자리에 갖다 놔라’ 이러면 저는 뭐가 되는 것이냐”라고 여지를 남겼다.


조병욱·박진영·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