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만에 ‘첫 삽’

14개 인허가 절차 조기완료 성과
오색∼끝청 왕복 8시간→30분 당겨
친환경 공법 적용 자연훼손 최소화
안전점검 등 거쳐 2026년 초 운영

강원도의 오랜 염원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첫 사업 계획 수립 이후 41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됐다. 강원도는 양양군 서면 오색리 오색케이블카 하부정류장에서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착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도지사·시장·군수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착공 기념 퍼포먼스가 이어진 뒤 김진하 양양군수가 지난 41년 동안의 추진 과정을 설명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1982년 10월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크다며 환경단체가 극렬하게 반대한 것이다. 2015년 9월 내륙형 국립공원 삭도 설치 시범사업에 선정되고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이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사업이 좌절됐다.

착공기념 퍼포먼스 20일 강원 양양군 오색리에서 열린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지구 케이블카 착공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다섯 번째)와 김진태 강원도지사(〃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케이블카 모양의 키를 조형물에 넣는 착공 의식을 진행한 후 박수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2020년 12월 양양군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부동의 처분 취소심판’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불씨가 붙었고, 올해 2월 원주지방환경청이 ‘조건부 동의’를 결정하면서 사업이 확정됐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국유림 사용허가와 공원사업 시행허가 등 14개 인허가 절차를 조기에 완료, 당초 내년이던 착공 시기를 앞당겼다. 다만 아직 시공사 선정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공사는 내년 3월쯤 시작될 전망이다.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에서 끝청(해발 1430m)까지 3.3㎞ 구간에 설치된다. 8인승 케이블카 53대가 편도 15분 만에 올라가며 시간당 최대 825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 그간 왕복 8시간이 걸리던 구간을 ‘30분’ 만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에는 도비 224억원, 군비 948억원 등 1172억원이 투입된다. 2015년 최초 설계 당시 사업비는 587억원이었지만 환경영향평가에 8년이 소요되면서 사업비가 두 배가량 늘어났다.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자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자연훼손 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암반을 발파하는 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 타설 면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동물에 미치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주 설치 구간에는 높이 2m 이상의 펜스를 설치해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고, 동물의 출산 시기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도는 2025년 말까지 공사를 마친 뒤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시범 운행을 거쳐 2026년 초 본격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그간 산에 오르기 어려웠던 노약자나 장애인 등도 설악산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지역경제 유발효과 1369억원, 고용창출 933명을 예상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연간 300만명에 달하는 설악산 등산객을 분산시켜 등산로 주변 환경 파괴를 막아줄 것”이라며 “강원특별자치도가 그 누구보다 앞장서 설악산을 보존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설악의 비경과 동해 풍광을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양=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