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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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종 母’ 법정서 “너무 죄송하지만 솔직히 돈 문제는 힘들어. 저희도 살아야”

합의금 마련은 어렵다는 뜻 밝혀
子 최윤종 “굳이 안 나와도 됐을 듯”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 8월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미리 준비해온 ‘너클’로 길을 지나던 3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폭행하는 과정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30)씨의 모친이 법정에 출석해 피해자와 유족에 사과했다. 다만 그는 자신들도 살아야 한다며 돈 문제만은 어쩔 수 없다고 했고, 아들인 최윤종은 “굳이 안 나와도 됐을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최씨의 모친 A씨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 심리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 공판에서 양형증인으로 출석했다. 양형 증인은 피고인에 내릴 형벌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채택하는 증인이다.

 

그는 자식의 범행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피해자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고인께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피해 회복을 위한 경제적 변제 방안을 묻는 말에 “그런 생각까지 못했다. 저희도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합의금 마련이 어렵다면 유족을 위한 사과문을 낼 생각은 없냐’는 거듭된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돈 문제는 힘들다”고 답했다.

 

최씨의 모친은 ‘피고인과 부친’의 관계를 묻는 말에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면서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데 나와 남편이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유족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A씨는 아들이 ‘학창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윤종이)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 안 가려고 했다”고 말했고,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게 사실인가’라는 변호인 질문에 “사실인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피고인(아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말한 적 있냐’고 묻자, A씨는 “말한 적은 없지만 (아들의) 몸이 멍투성이인 걸 확인해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허리 쪽에 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답했다.

 

최윤종은 이날 재판부가 ‘모친 출석으로 인한 심경’을 묻자 “굳이 안 나와도 됐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가 ‘어머니가 용기를 내 나왔는데 감사한 마음은 있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최윤종은 지난 8월17일 서울 관악구 한 산속 공원 둘레길 등산로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학교에 출근 중이던 30대 여교사를 무차별 폭행하고 쓰러진 피해자 몸 위로 올라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같은 달 19일 오후 사망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1일로 예정돼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