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이동환 고양시장을 만나 최근 여권의 뜨거운 정치 의제로 떠오른 '메가시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행정구역 편입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논의의 틀을 넘어 서울과 국가의 경쟁력 확대, 수도권 재편으로 담론의 판을 키웠다.
양 도시는 편입 효과를 논의하기 위한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고, 단순히 일대일 통합을 넘어 도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수도권 재편'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기존의 김포, 구리 외에 특례시인 고양까지 아우르는 광역권으로 논의 폭을 확대하면서 흐름을 주도하고, 대형도시이면서도 서울 생활권 아래 '베드타운'의 한계를 고민해왔던 고양시는 이번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교통·행정 편의 등 실리를 챙기는 '윈윈'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면담 전 모두발언에서 "고양시는 서울에 인접하는 도시 중에 통근·통학하는 시민이 가장 많고, 서울 시내 6개 자치구가 맞닿아 있으며, 서울과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공유하는 매우 밀접한 관계"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고양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로서 권한 등에 있어 다른 도시와 차별점이 존재한다"며 "양 지자체가 공동연구반을 꾸려서 통합에 따른 효과와 영향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심층 분석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 동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추후 지자체별 공동연구반을 확대 개편해서 김포, 구리, 고양 등 관련 지자체와 서울시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서울시 편입 통합연구반'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개별 연구반에서 발굴한 쟁점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각 지역 주민을 포함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공감대 속에 메가시티 논의가 추진된다면 "광역도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서울과 국가적 차원의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메가시티 논의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울·경, 광주권, 대구, 경북권 그리고 대전·충청·세종 등 지방으로도 진지하게 확장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긴 호흡으로 필요한 연구와 분석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도시공학 박사이자 도시계획 전문가인 이 시장은 단순한 서울시 편입과 행정구역 변경을 넘어 세계적 추세인 메가시티 흐름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각 지역의 개별 경쟁력을 강화하며 연대하는 '수도권 재편'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메가시티의 당위성과 관련, "고양시는 정치적 관점의 접근은 지양하고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메가시티에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도시 간 경쟁 체제가 되면서 런던, 도쿄 등이 메가시티로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메가시티는 일회성·단발성 이슈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수도권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인 만큼 시대적 과제이자 필연"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런 대전제에 대한 인식이나 공감대 형성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을 나누고 갈라치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남·북 분할 입장에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시장은 고양이 인구 100만명이 넘는 특례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례시로서 수도권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서울 편입이나 확장 차원보다는 수도권 재편이라는 입장과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집중' 현상에 대한 비판적 정서 등과 관련,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성장 동력 마련, 시민의 행복추구권 확대 차원에서 향후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지방 소멸, 지방 공동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심각한 지역 불균형 등은 메가시티의 성장에 따른 그림자"라며 "비수도권 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면서 차별성을 갖춰나가는 모범 사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특히 "서울과 인접 지자체 간 일대일 협상 방식은 단순히 인구나 부피만 확장시킬 뿐 근본적인 목표인 도시 경쟁력 강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몇 개 도시의 행정구역 변경 차원을 넘어, 수도권 재편 차원에서 그랜드 디자인과 플랜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정부를 포함한 가칭 '수도권 재편 다자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어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도 협의회를 통해 얼마든지 녹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 50분간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이 시장은 "수도권 재편에 관한 고양시의 제안을 오 시장께서 흔쾌히 수용하고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서울과 관계된 교통망 부분도, 서울과 고양, 경기에서 빚어왔던 오랜 갈등과 현안도 해결의 가능성을 더 활짝 열었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이 시장은 '편입'이라는 종속적 개념보다는 동등한 입장의 '재편'을 거듭 강조했다.
이 시장은 "수도권 재편은 단순히 덩치만 커지는 개념이 아니고 지자체 입맛에 맞춘 경계 나누기도 아니다"며 "시민의 실제 생활을 기반으로 한 동등한 관계의 재편"이라고 규정했다.
또 "구체적 방안은 인접 지자체가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면서 인프라와 권한을 나누는 기능 중심의 연합"이라며 "모든 것을 유지하면서 서울과 상호대등하고 유기적 관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 파리 주변 지자체의 집합체인 '그랑파리 메트로폴'을 꼽았다.
앞서 오 시장은 메가시티 논의와 관련해 지난 6일 김병수 김포시장, 13일 백경현 구리시장, 15일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과 만난 데 이어 16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유정복 인천시장과 3자 회동을 했다. 여당과 인근 지자체와의 연쇄 만남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의 접점을 찾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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