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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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생가’ 경찰서로…“극우 상징” vs “과거사 삭제”

오스트리아 히틀러 생가, 경찰서로 리모델링
“나치 상징, 극우 세력 장소로 악용될 수 있어”
“오스트리아의 나치 독일 부역사 감춰선 안돼”
16일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 주 브라우나우암인 마을에 있는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에서 경찰서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 AFP 캡쳐

 

오스트리아 정부가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를 경찰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내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버외스터라이히 주 브라우나우암인에 위치한 히틀러의 생가를 경찰서로 리모델링(구조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0~1940년대 나치 독일의 독재자로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다.

 

이 건물은 수 년간 관광객의 방문 또는 일부 네오나치 지지자의 추모를 제외하곤 브라우나우암인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건물이 네오나치 지지자들의 근거지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지난 2017년 이 건물을 81만2000유로(한화 11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이곳을 경찰서로 개조한다는 방안을 발표하고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달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건물에는 지역 경찰 지휘부 등 경찰서가 들어서며 건물 앞쪽에는 재건축 건물이, 뒤쪽에는 인권 교육 사무실이 들어선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히틀러 생가가 민족주의 극우 세력의 상징과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점을 방지하고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해당 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국내외 여론에서는 ‘정부가 과거사를 삭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네트 포머 역사교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치 정권에 의한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서 오스트리아의 역할을 탐구하는데 관련 박물관 또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돼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집은 악의 집이 아닌, 그저 한 아이가 태어난 집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히틀러가 됐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돌프 히틀러 생가의 올바른 처리를 위한 정부 위원회’ 또한 “오스트리아가 이 장소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철거 금지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히틀러와 계속 연관돼 박물관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합하다”는 결론도 내렸다.

 

오스트리아 영화제작자 귄터 슈바이거는 “히틀러 생가의 문을 닫고 외관을 바꾸는 것은 진실에 대한 억압의 정치가 계속됨을 의미한다”며 “작은 마을의 평범한 장소를 상징하는 이 집은 나치가 외부나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아님을 말한다”고 말했다.

 

브라우나우암인 출신 전직 언론인 에블린 돌 또한 “오스트리아 역시 나치 독일에 부역한 역사적 사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히틀러 생가는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고 관용의 메시지를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