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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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선출 방식 놓고 내홍

이사장 이어 대행도 사퇴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이 이사장 선출 방식을 놓고 내홍이 일고 있다.

 

오임종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4·3유족회 전 회장)은 21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단 조례 개정을 해서 평화를 그리는 재단으로 재탄생하도록 하려 했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몇몇 재단 이사들이 작당해서 압력을 넣어 이사장 대행직을 사퇴한다”고 주장했다.

오 전 대행은 “4·3 영령 팔이, 4·3 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우는 재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도의회는 재단 당사자라고 자부하는 일부 인사들과만 소통하지 말고 4·3 유족들의 의견을 들어 조례를 마련하고 새로 출발하는 평화의 선도 재단으로 일해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제주4·3평화재단의 책임 경영을 위해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 공모와 추천을 거쳐 도지사가 임명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재단은 정부와 제주도가 매년 100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지원하는 제주도 출연기관이다. 다른 출자출연기관과 달리 4·3재단은 정관에 따라 이사진을 구성하고 이사장을 선출한다. 이사회가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고희범 전 재단 이사장은 지난 2일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라며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사퇴했다.

 

그 뒤 오임종 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이사들과의 갈등으로 이날 물러났다.

 

재단 이사들은 전날 긴급 이사회에서 조례 개정안 철회 등을 재차 의결했다.

 

이들 이사는 “제주도가 조례 개정을 강행한다면 우리 이사회는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특별법에 따라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평화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08년 10월 설립됐다.

 

추가 진상조사 사업, 추모 및 유족 복지 사업, 문화 학술 연구, 평화 교류·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4·3유족회, 제주4·3도민연대, 제주4·3연구소, 민예총, 학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 재단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