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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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2) 헤밍웨이가 사랑한 스페인의 숲, 그리고 단풍 명소

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만추(晩秋)의 계절이다. 다들 단풍놀이를 다녀오셨을 것이다.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와 식생 때문에 사계절 자라는 상록수가 많다. 하지만, 북부지역으로 가면 제대로 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단풍 명소 중 한 곳은 소설가 헤밍웨이가 사랑한 이라티 숲(Selva de Irati)이다. 그의 첫 번째 소설로 유명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등장 인물인 제이크와 빌의 대화 중에서 여섯 군데 정도 이라티 강과 송어낚시가 언급되는데, 평화롭고 목가적인 시골 생활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다. 헤밍웨이는 1920년대 스페인에 체류하면서 이라티 강에서 송어낚시를 즐겼던 경험이 있고, 이를 소설에 녹여 넣었다.

글을 쓰는 헤밍웨이. ⓒ 헤밍웨이 재단

나바라 지역의 피레네산맥 자락에 있는 이라티 숲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숲이다. 잘 보존된 너도밤나무와 전나무 숲을 가지고 있다. 전나무 사이 사이에 있는 너도밤나무숲은 이끼가 끼고 풀이 무성하지만, 가을에는 다채로운 무지갯빛으로 변한다.

이라티 숲의 단풍. ⓒ 나바라관광청

스페인 전역에 있는 16개의 국립공원 중에서 스페인사람들에게 단풍으로 가장 인기 있는 가을 여행지는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이다. ‘유럽의 봉우리’라는 공원 이름에 걸맞게 2500m가 넘는 봉우리가 40개 있는 험준한 산이다. 산맥의 정상부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풍이 별로 없지만, 밑에서 올라가는 길에 참나무 숲과 너도밤나무 숲이 많아 울긋불긋 멋진 단풍을 자랑한다.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단풍 ⓒ 아스투리아스관광청

이곳 명소를 찾는 이들에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2개의 전망대를 추천한다. 칸타브리아의 포테스(Potes) 마을에서 시작하여 피코스 데 에우로파 산맥을 어우르는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면 단풍과 정상부의 봉우리들이 한 컷에 담긴다. 또 하나의 명소는 발데온 계곡에 있는 톰보(Tombo) 전망대인데, 산 중턱을 아우르는 멋진 뷰를 자랑한다.

포테스 시에서 본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 ⓒ 칸타브리아관광청
푸엔테 데 케이블카 ⓒ 칸타브리아관광청

피코스 데 에우로파를 가려면 푸엔테 데 케이블카를 타기가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이다. 약 4분 만에 해발 1843m의 발코니 전망대에 도착한다. 철제 구조물이 바위에서 아래 절벽 쪽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담력이 약하신 분들은 좀 꺼려질 것이다. 무서움을 이기는 자만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를….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