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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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학살자?… 백악관 "하마스가 이스라엘보다 더 나쁘다"

`제노사이드 조(Joe)` 문구에 대한 입장 묻는 기자에
백악관 NSC 관계자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중 누가 惡인지 냉철히 따져보라"

“이스라엘은 적어도 가자지구를 지도에서 없애려고 하진 않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 도중 한 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든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내놓은 작심발언이다. 다만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커비 조정관은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과 나란히 브리핑에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교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사회가 이스라엘 지지자들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로 완전히 갈라진 가운데 한 기자는 요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노사이드 조’(Genocide Joe)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을 의미하는데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곧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으로 이어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노사이드 조라는 별명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시민들이 말하는 것을 존중한다”고 운을 뗐다. 사람들이 ‘제노사이드 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막겠느냐는 의미다.

 

다만 그는 집단학살이란 단어가 일부 시민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집단학살은 바로 하마스가 원하는 것”이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 버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가한 공격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 1200명가량이 하마스에 의해 살해됐다. 하마스 요원들에 붙잡혀 인질로 끌려간 이도 230여명에 이른다. 커비 조정관은 “10월7일에 일어난 일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살인”(Murder)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소탕하지 않으면) 10월7일에 일어난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마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이들이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물론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이 증가하는 현실도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은 “가자지구에 민간인 희생자가 너무 많다”며 “우리(미국)는 이스라엘에 ‘가능한 한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계속 촉구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누가 더 나쁜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며 “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도에서 없애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대량학살 테러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며 ‘제노사이드 조’라고 부르는 이들을 향해 “제노사이드란 단어를 쓸 때 제발 적절하게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