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미국발 훈풍에 외인·기관 쌍끌이 매수… 코스피 2500선 회복

공매도 금지 첫날 이후 11거래일 만
외인 3500억·기관 1000억대 ‘사자’
올트먼 MS 합류에 반도체 강세
삼성전자 장중 연중 최고가 근접

공매도 잔고, 금지 이전 수준 유지
외인·기관 등 투자자들 ‘버티기’

코스피가 공매도 금지 첫날 이후 11거래일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공매도 금지 직후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공매도 잔고와 외국인 매수세 모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7% 오른 2510.4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500선을 회복한 것은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2502.37)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2510포인트를 넘긴 것은 지난 9월21일(2514.97)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0.48% 오른 817.01을 기록했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코스피 상승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밤 미국 뉴욕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에서도 반도체와 기술 플랫폼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날 장 초반 7만34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7만3500원)에 근접했으나 7만2800원으로 전날 대비 0.14%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0.46% 오른 13만2000원을 기록했다. AI 기술 발전 기대감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0.99%, 3.03%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코스피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는 이틀째 상한가를 찍었다. 에코프로머티는 전날 대비 29.88% 오른 9만650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3만6200원) 대비 166% 상승한 기록을 세웠다. 반면 코스닥 시장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각각 0.41%, 2.19%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예상치를 밑도는 미국의 물가지표와 함께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긴축 조기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졌다. 코스피에서는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531억원, 109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3.37을 기록하며 지난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4원 내린 1289.2원으로 장을 마쳤다.

공매도 잔고는 최근 들어 변하지 않고 있어 공매도 금지 효과가 미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잔고는 지난 16일 기준 코스피가 10조7815억원, 코스닥이 5조8143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의 경우 공매도 금지 이전인 지난달 31일(10조8778억원) 기준 10조원대 공매도 잔고를 유지했고, 코스닥은 지난 1일 잔고(5조6156억원)가 16일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환보다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공매도 잔액 금액 기준 상위 종목도 코스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1조3080억원), 포스코퓨처엠(9191억원), POSCO홀딩스(7447억원) 순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코스닥은 에코프로비엠(1조2819억원), 에코프로(1조2509억원), 엘앤에프(3711억원) 순으로 잔고 금액이 많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상환 기간이 길게 남은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쇼트(하락) 포지션을 이미 구축한 투자자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필요성이 낮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