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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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英, FTA 개선 돌입… 공급망 등 경협 영토 넓힌다 [尹대통령 英 국빈 방문]

교역·투자 성과는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 등 손질
에너지·AI·우주 등 MOU 31건
방산 등 2700억 규모 수출 체결
‘다우닝가 합의’로 협력 폭 확대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리는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통한 교역·투자 환경 개선 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양국 기업·기관 간에는 31건의 양해각서(MOU)와 2700억원 규모 계약이 체결된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22일 런던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양국 기업인을 격려하고, 반도체·바이오·5G·방위산업·해상풍력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긴밀히 연계된 양국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할 것이라고 이날 대통령실이 전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미래 경제협력 방향으로 한·영 FTA 개선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 인공지능(AI)·우주·양자·바이오 등 첨단과학기술 협력, 원전·수소·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신시장 창출을 위한 한·영 FTA 개선 협상이 개시된다”며 “2020년 갑작스러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영국이 한·유럽연합(EU) FTA 당사국에서 제외되면서 양국 간 무역 관계를 조율할 규범 체계가 필요했다. 이번 개선 협상에서는 시장 접근 개선,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 공급망 협력 등 세 가지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즈니스 포럼 계기에 양국 정부와 기업·기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MOU를 체결한다. 정부 간 MOU는 총 6건으로 △한·영 FTA 개선협상 개시 공동선언문 △반도체협력 MOU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원전협력 MOU △해상풍력 MOU △방위산업 공동수출 MOU 등이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31건의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수출 수주 규모는 2700억원 규모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이 같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원전 분야는 정부 간 체결되는 원전 협력 MOU에 이어, 원전 전 주기에 걸쳐 기업·기관 간에도 MOU가 8건 체결된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상용원전 종주국인 영국과 원전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영국 신규 원전 시장 진출 기반을 조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채택되는 다우닝가 합의로 한·영 관계는 영·일의 준동맹과 비슷한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안보 분야와 반도체, 원자력발전, AI 등 첨단 분야를 포함한 다방면으로 협력 지평을 넓혀갈 전망이다.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다우닝가 합의는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위상을 다져나가는 데 있어 한국을 일본 수준의 중요한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제국주의 시절인 1902년 영국과 일본이 러시아 동진을 막기 위해 체결했던 영·일 동맹은 최근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해 팽창 일변도인 중국과 북한과 급속 밀착해 동북아 정세 균형을 깨뜨리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 중이다.


런던=곽은산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