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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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민주당의 세대·여성 비하 릴레이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비난이 쏟아졌다. 정 의장은 비례대표 후보 자리와 의장직을 내놓아야 했다. 같은 해 11월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50대에 접어들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60대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노인 비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정치인들 설화는 20년째 이어진다. 2014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자니 윤(본명 윤종승)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인데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런 ‘전통’은 지난 7월 당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에게로 이어졌다. 그는 “남은 기대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고 했다. 여당에선 “노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민주당의 DNA”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세대 비하는 청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해 만든 현수막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청년층을 ‘정치와 경제에는 무지하면서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존재’로 낙인찍은 셈이다. 청년층에 대한 민주당의 편협하고 왜곡된 인식이 무심결에 드러난 듯하다.

민주당이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으로 진땀을 빼는 상황에서 여성 비하 발언까지 나왔다.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출신인 최강욱 전 의원이 엊그제 민형배 의원 북콘서트에서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설치는 건 잘 없다”며 윤석열정부를 비난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모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동석한 민주당 의원 등은 제지하기는커녕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고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비하와 차별의 언어에 마음을 열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원재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