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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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원전·청년취업·R&D… 巨野, 윤석열표 예산만 골라 삭감

이재명 공약이던 SMR도 삭감
R&D 예산 민주당안대로 바꿔
새만금·지역상품권 등은 되살려
6개 상임위 野 증액안 단독 처리
與 “거야 횡포… 민주 예산안 변질”

정부 긴축 재정 기조에 반대하며 대부분 예산안 증액을 요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유독 윤석열정부 예산안에 한해서는 감액 기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던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마저 삭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에너지 안보·자립 문제가 대두한 상황에서 여당과 토론 없이 삭감에 나선 셈이다. 여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석으로 횡포를 부리며 2024년도 정부예산안을 민주당 예산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횡포를 부리며 예산안을 민주당 예산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17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가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행정안전위원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6개 상임위에서 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대폭 증액했다.

행안위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원 증액 등 1조2949억6900만원, 농해수위에서는 새만금 신항 예산 등 2902억원을 포함 2조1276억원이 순증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새만금 고속도로 관련 예산을 정부안 대비 1472억원과 ‘이재명표’ 예산 ‘교통패스’ 2923억원이 포함된 1조5025억100만원을 순증했다. 20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900억원 증액 포함, 2조51억원을 순증했다.

과방위에서도 민주당은 글로벌TOP전략연구단지원사업, 첨단바이오글로벌역량강화 등의 부문에서 약 1조1500억원을 감액하고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해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약 2조원을 증액, 총 8000여억원 증액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면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 먼저 나서도 모자랄 판에, 정부여당은 민생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고 야당이 이를 바로잡는 뒤바뀐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표 예산안에 유독 박했다. 민주당은 산자위에서 1000억원대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을 포함해 7개 항목 183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환노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도 청년도전사업 및 일 경험 지원 등 취업 지원 관련 예산 2382억여원을 전액 삭감했다. 원전 예산을 삭감한 대신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과 금융지원 사업에 3922억원,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 579억원 등을 증액했다.

그러나 양 사업 모두 논쟁 여지가 다분하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의회 논의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원전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기까지 폭증하는 전력 소요량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에너지원이다. 민주당이 “실효성이 없다”고 혹평한 청년 지원 사업도 대상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도전지원 사업은 실집행률이 45.9%에 머물고 목표 인원 대비 지원율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예산액 64억6000만원보다 407억8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실집행액은 약 38억원에서 187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경험프로그램’의 경우 예산이 집중된 인턴형 프로그램보다 예산이 덜 소요되는 기업탐방형·프로젝트형 사업에 인원이 몰린 탓에 예산 실집행률이 26.1%에 머물렀다. 전액 삭감보다는 사업 대상을 조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안이다.

윤 원내대표는 “나눠먹기식 비효율을 제거하고 글로벌 수준으로 탈바꿈하고자 단행한 R&D 예산 구조조정을 민주당은 과거로 되돌려놨다”고 비판했다. 청년 예산에 대해서도 “문재정부 청년내일채움공제 증액 요구가 막히니 윤석열정부 청년 취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자위 소속 최형두 의원은 이날 긴급호소문을 통해 “SMR은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추진을 결정했고, 지난해 대선 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약에 포함한 사업”이라며 “탈원전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망가뜨린 민주당은 탈탄소 에너지믹스 전략을 오기와 광기로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우·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