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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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금지구역’ 즉각 효력 정지… 대북 정찰감시 재개 유력 [北 정찰위성 발사 초읽기]

北 도발 예고… 軍 긴박한 움직임

9·19군사합의에 묶였던 정찰 활동
군사분계선 근접까지 北 감시 가능
주한미군도 정찰자산 운용 폭 확대

‘떠다니는 군사기지’ 칼빈슨호 입항
고강도 한·미연합훈련 이뤄질 수도
軍 “北 위성발사 땐 필요조치할 것”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예고되며 군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통해 대북 감시·정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입항을 계기로 해상 연합훈련 등을 통한 맞대응도 거론된다.

21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위성 쏘면 9·19 합의 일부 정지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곧바로 9·19 합의 효력 정지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취임 전부터 9·19 합의 폐기를 주장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공군 작전사령부를 찾아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대북 비대칭 우위를 약화시키는 9·19 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해 군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과 공중 우세를 환원하겠다”며 9·19 합의 효력 정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날 합참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전경고를 했다.

 

군 안팎에선 9·19 합의 효력 정지를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을 포함해 핵·미사일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임을 강조해왔다. 발사에 실패하더라도 효력 정지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9·19 합의 중에서도 동·서부전선에 설정되어 있는 비행금지구역이 효력 정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정익기의 경우 서부전선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북 각 20㎞, 동부전선은 40㎞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무인기(UAV)의 경우 서부전선은 10㎞, 동부전선은 15㎞가 비행금지구역이다.

 

비행금지구역이 해제되면 공군 RF-16과 백두 정찰기, 무인정찰기는 군사분계선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정찰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앞서 일선 군단급 부대에서 쓰던 무인정찰기가 9·19 합의로 운용에 제약을 받으면서 그에 따른 공백을 대체하고자 다른 감시·정찰자산들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정비 등 문제가 발생했다. 9·19 합의로 인한 제약이 사라진다면 감시·정찰자산 운용의 불균형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RC-12X 정찰기, 괌이나 오키나와 등에서 날아와 한반도를 감시하는 미군 정찰기들도 대북 감시활동에서의 제약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북한군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 핵항모 칼빈슨호 부산 입항

 

이날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미 항모가 국내에 공개적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달 12일 로널드 레이건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미 해군 제1항모강습단의 핵심 전력인 칼빈슨이 한국을 찾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지난 7월 핵협의그룹(NCG)을 정식으로 출범시킨 한·미는 이달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어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과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공약의 행동화에 동의했다. 김지훈 해군 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준장)은 “이번 미국 제1항모강습단 방한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 방위태세와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국의 해군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금 당장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美 핵항모 부산 입항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이 21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칼빈슨은 길이 333m, 폭 77m로 비행갑판 넓이가 축구장의 3배에 달한다. 승조원은 6000여명에 이르고 전투기 등 항공기도 최대 90대까지 탑재가 가능해 ‘바다 위를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부산=뉴시스

미 해군의 주력 항모인 니미츠급 항모 칼빈슨은 길이 333m, 무게는 10만3000t에 달한다. 병력 6000여명, 항공기 80∼90대를 수용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칼빈슨은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시기에 입항했다. 칼빈슨이 참여한 가운데 강도 높은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위성 발사를 앞둔 북한 압박 차원에서 칼빈슨 입항이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전에 계획된 입항”이라면서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연계해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정찰위성 공중 요격은 비행경로를 고려할 때 어려워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현모·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