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 산하초등학교와 남초등학교에선 내년부터 모든 신입생이 따로 학습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시가 이달 초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준비물 지원계획을 내놓은 덕분이다. 이 사업은 맞벌이·조손 가정 등의 학부모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무게를 뒀다. 시는 시범사업을 거쳐 성과가 나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경희 시장은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저출산 극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이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쌀과 도자의 고장’인 이천시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정하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에 도전한다. 시의 행보는 출산율 확대와 양육환경 개선, 교육격차 해소 등 근본적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혔다.
22일 이천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들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쏟아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 사업과 24시간 어린이집 조성, 출산축하금 확대, 어린이 드림센터·동요센터 건립 추진 등 시범사업을 거쳐 아동친화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서울 강남?… 출산장려금 최대 500만원
‘인구절벽’ 시대를 해소하기 위한 출산율 확대는 첫손에 꼽히는 과제다. 다른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출산장려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이천시는 일찌감치 올해 1월1일부터 기존 셋째 아이부터 주던 100만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첫째부터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이상 500만원이 일시불로 주어져 서울 강남지역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난임 극복을 위한 ‘한방 난임치료 지원 조례’가 제정돼 대상자에게 한약과 침구 치료가 3개월간 무료로 지원되고 있다.
육아·보육정책 역시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줄이는 데 무게를 뒀다. 시는 배달에 치중했던 아동급식을 카드 지급으로 전환해 활용도를 높였고,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에게는 1인당 월 최대 10만원을 방과 후 교육비로 지원한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등과 협력해 소아·청소년 야간진료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맺어 전문의료진을 확보했고,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원에 나섰다. 덕분에 평일 일과 후인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도 전문의 진료가 가능해 야간 응급상황에서 병원을 찾아 헤매던 부모들의 수고와 근심을 덜었다.
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놀이체험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격차 없는 아동의 놀 권리를 위해 시 외곽에 거주하는 다문화 아동 등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벌인다.
이천시는 민선 8기 공약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실내 놀이공간인 ‘어린이 드림센터’와 ‘동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 드림센터는 연면적 8000㎡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이다. 돌봄센터와 교육관, 도서관, 실내 놀이터, 동아리방 등 놀이와 체험, 돌봄이 모두 가능하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드림센터 옆에는 어린이 수영장을 갖춘 실내수영장을 들어설 예정이다. 온천공원에 건립될 동요센터는 실내외 공간으로 구성된다. 2010년부터 진행해온 이천시 동요사업과 맞물려 다양한 체험과 함께 동요 특화교육을 벌일 계획이다.
◆ 돌봄센터 확충… 드림·동요센터 추진
이천시는 내년부터 ‘24시간 아이 돌봄센터’를 궤도에 올린다. 보호자의 급작스러운 병원 이용이나 출장, 야근, 경조사 등 아이들에게 일시적 돌봄이 필요할 때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틈새 돌봄서비스를 지원한다.
시는 ‘다 함께 돌봄센터’를 지속해서 확충해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에게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군부대가 밀집한 마장·고담 지역에선 전국 최초로 군부대 내 다 함께 돌봄센터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관내 국공립 어린이집은 모두 21곳으로 올해 1곳이 추가됐다. 내년에는 중리택지지구에 1곳이 더 설치된다. 시는 쾌적한 보육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후 어린이집을 수리하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돌봄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아동 돌봄 관련 기관 간 생태계 활성화에도 뛰어들었다. 거점센터를 지정해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하며, ‘찾아가는 아동권리교육’ 등을 진행한다.
시는 공공보육 인프라 구축과 함께 어린이집 상시 지도점검과 열린 어린이집 확대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연 1회 이상 정기 지도점검을 벌여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부모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부모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이 같은 시의 노력은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조성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한 이천시의 아동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2018년 시작됐다. 시는 내년 상반기 인증을 목표로 아동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우선 추진위원회를 꾸려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아동에게 필요한 정책 의견수렴 등을 위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아동이 정책에 직접 참여하도록 올해 4월부터 9월까지는 ‘아동참여위원회’가 운영됐다.
아동이 제안한 정책이 실행되도록 돕는 ‘아동참여예산학교’는 올 연말까지 운영된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대변해 줄 ‘아동 옴부즈퍼슨’ 활성화 계획도 마련돼 이달 말 첫 회의를 앞두고 있다. 김 시장은 “양육 부담을 해소하는 각종 보조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아동과 시민을 위한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경희 이천시장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저출산 극복 디딤돌”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저출산 극복으로 이어지겠죠.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디딤돌이 될 겁니다.”
김경희 경기 이천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직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목표를 세웠다. 시민 모두가 행복한 맞춤형 복지도시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김 시장은 이천시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행정안전부(옛 내무부) 비고시출신 첫 여성 사무관이란 이력을 지녔다.
최근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남다른 삶과 육아에 대해 털어놨다. “내무부에서 주민등록 전산화 작업에 매진할 때는 남편이 일요일마다 딸아이를 데리고 나와 고궁을 둘러보면 (내가) 잠시 나가 함께 짜장면을 먹곤 했다”며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육아에 소홀했던 건 아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두 딸은 모두 반듯하게 성장해 아이 엄마와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고 있다. 집안살림을 돕던 딸들이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며 김 시장의 육아가 소홀하지 않았음을 방증한 셈이다.
손주를 둔 ‘할머니 시장’인 그는 올해 어린이날 행사를 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가 주관하도록 했다. 관내 아동 관련 10개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준비해 2500여명의 부모와 아이들이 즐기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김 시장은 “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육아·보육 문제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센터와 야간진료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등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습환경 개선과 아이들의 꿈을 키울 시설 조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시장은 “차별 없이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해 6개교 35개 교실에 온돌을 설치하고 통학차량 지원, 급식·교육비 지원 등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 줄 동요센터가 건립되면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창의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