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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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신던 신발 벗고 두 발로 서서 지구와 온전한 도킹 [밀착취재]

‘맨발 걷기 열풍’ 대모산 가보니

“땅 밟는 지압 효과로 스트레스·불면증 사라져”
‘어싱 이론’ 바람 타고 겨울에도 인파 북적

서울 강남구 대모산 입구에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매서운 추위에도 각자 신발을 벗어 가방에 집어넣는다.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 참석자들이다.

박동창(71)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맨발로 강남구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박 회장은 7년 동안 매주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박동창(71)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2016년부터 매주 토요일 대모산 한솔공원에서 열리는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서 맨발로 걷는 방법과 효능에 대한 강의와 상담 그리고 함께 걷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5000여명이 맨발걷기를 체험했고 그중 많은 사람이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공원에서 열린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가한 시민들이 맨발걷기에 앞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한솔공원에서 열린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가한 시민들이 맨발걷기에 앞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을 맨발로 다니면 기인이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했다. ‘어싱 이론(Earthing Theory)’이라는 것이 소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인체(발)를 지구 표면(땅)에 접지해 몸에 유용한 전자를 유입함으로써 여러 염증이 감소하고 건강을 도모한다’는 이론이다. 노화나 질병을 두려워하고,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주목을 받는 이론이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강남구 한솔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반평생을 금융맨으로 살아온 박 회장은 2001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간 수치도 정상범위를 넘어서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맨발걷기를 만났다. 1997∼2005년 폴란드에서 근무하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불면증도 사라졌고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맨발걷기 전도사가 됐다.

경기 고양시 화수공원에서 맨발걷기를 하던 고현숙씨가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가해 맨발걷기 효능을 말하고 있다. 간암수술을 받은 고씨는 22년 1월부터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맨발걷기는 스스로 하는 발 마사지여서 지압과 같은 효과도 있다고 한다. 발의 특정 지점마다 신체의 특정 부위와 연결돼 있어 발을 자극하면 신체 불균형 해소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의 지압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맨발로 숲길을 걸을 때 그곳에는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같은 무수한 재료들이 놓여있다. 그걸 우리가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다 지압이 되는 것이다. 내 몸무게로 지압하는 효과다.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다 보니) 특정 부위만 지압하는 것이 아니다. 발과 이어져 있는 전 몸의 기관들이 다 지압되는 거다. 그만큼 맨발걷기는 지압 효과가 엄청나다. 단순한 지압만 가지고도 많은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발등에 핫팩 붙이고…
맨발 '열정' 활활∼
발가락만 가렸어요

박 회장은 2016년부터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3년간은 겨울 동안 ‘방학’을 하고 이후 봄이 되면 다시 개강을 했다. 그런데 겨울 방학 동안에 맨발걷기를 안 한 회원 중 병이 나았던 몸이 또다시 아파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3∼4년 전부터는 방학하자마자 ‘겨울특강’ 격인 ‘동절기 맨발걷기 100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카페와 단톡방에 회원들이 100일 대장정 동안 추위 속 맨발걷기를 한 기록과 사진들을 올리도록 했다. 두꺼운 양말의 바닥을 두 군데를 뚫고 걷는 회원,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이 신는 장화처럼 밑이 뚫린 장화를 신은 회원, 발등에 핫팩을 붙이고 걷는 회원 등 여러 사람의 다양한 지혜를 동원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맨발로 강남구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맨발로 강남구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맨발 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맨발로 강남구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맨발로 걸어본 사람이면 발바닥에 닿는 편안하고 신선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전국 곳곳의 공원이나 숲길 갯벌 등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모임이 늘어가고 있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맨발로 강남구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맨발 걷기 숲길 힐링스쿨에 참가한 한 참석자가 신발을 가방에 걸고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

문제점도 있다. 원칙적으로 맨발로 걷기는 정해진 산책로나 맨발로 걷도록 만들어진 길을 이용해야 하는데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산책로가 아닌 곳을 걸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땅을 밟으면 답압(踏壓: 밟는 압력)에 의해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딴딴해진다. 주변까지 황폐해진다. 결국 타 생물의 삶터를 빼앗는 셈이다. 내 건강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의 건강도 지키기 위해 정해진 장소와 방법으로 걷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맨발걷기에 동참을 희망하면 사전등록 없이 방학(12월부터 3월 두 번째 주)을 제외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한솔공원에 가면 된다. 맨발걷기 후 발을 닦을 물티슈를 준비하면 좋을 거 같다.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