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총선 역할론’이 끊이지 않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정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한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 관련 주제의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 장관은 “박범계 전 장관이 (현장 방문을) 훨씬 많이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그는 17일 대구에 이어 그제는 대전을 찾았고, 내일엔 울산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로써 그는 취임 후 전국 17개 시도 대부분을 돌게 되고, 그중에는 민생 현장 방문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전남 영암의 조선소, 지난달 30일 전북 완주의 딸기 농장을 방문한 게 대표적이다.
그의 발언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그는 대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다. 난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정치 문법을 탈피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7일 대구에선 “대구 시민을 대단히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이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도 했다. 또 기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3시간여 동안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의 행보를 연상시킨다.
검사 탄핵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본인을 ‘어린 놈’이라고 칭한 송영길 전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고위공직자가 법카(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사고 소고기·초밥을 사 먹는 게 탄핵 사유”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은 겉으로 깨끗한 척하면서 NHK(광주의 룸살롱)에 다니고…”라고 말했다. 어제는 검찰을 비판한 서영교 의원에 대해 “국회 파견 판사를 불러 자기 지인 자녀의 형사사건에 압력을 전달한 분”이라고 쏘아붙였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정치적 시비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담고 있다. 총선에 출마하더라도 장관직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정치 행보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일 ‘험지 출마’ 발언을 내놓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장관도 정치적 중립 시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원 장관은 지난 8월 “총선 때 여당으로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한 밑바탕 작업에 모든 힘을 바치겠다”고 말해 고발당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출마 의사를 굳힌 장관들은 최대한 빨리 교체해야 한다.
[사설] 한동훈, 장관직 그만두기 전까지는 정치 행보 자제해야
기사입력 2023-11-22 23:12:40
기사수정 2023-11-22 23: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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