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와대에 같이 있었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점과 ‘온정주의’란 없다던 당 약속의 복합 작용 탓에 최 전 의원 징계 논의 과정에서 적잖이 괴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고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워낙 제가 좋아하는 선배고 청와대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던 사이”라며 “결정하는 게 정말 괴롭긴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설치는 암컷’ 발언 후 당의 대처와 최 전 의원 징계에 걸친 전반적인 과정을 묻는 말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고 최고위원은 이처럼 말하기 전에는 “공당으로서는 마땅한 수준의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야기가 오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 감정을 일에 투여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 앞에서 ‘온정주의’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거기에 맞춰서 가야 하는 게 민주당이 할 일이고, 그래서 어렵지만 그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고 최고위원은 이어진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웃었던 다른 의원들은 왜 징계 안 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진행자 반응에 “그렇게 따져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현장에 누가 있었나, 그리고 그 현장에 있었던 당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로 계속 이야기가 번진다)”라며 “어디까지가 징계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느냐가 꼬리를 물게 돼 일단 당사자를 징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아울러 ‘왜 여성의원인데 입장을 내지 않느냐’던 취지의 일부 반응에 고 최고위원은 “일반 의원이었다면 입장을 내는 게 맞지만, (최고위원이라는)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며 “결정을 이끌어내는 게 더 중요하지, 제 정치하자고 입장 하나 내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설치는 암컷’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지난 22일 내렸다.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소식을 전한 박성준 대변인은 ‘만장일치 의결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부분은 최고위원들이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슷한 언행에 대해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라는 질문에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북콘서트에서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나올 때 같이 있었던 민 의원이나 김용민 의원 등에 대한 징계 여부는 최고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전 의원은 민 의원이 지난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김용민 의원과 함께 연 북콘서트에 참석해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중계한 유튜브 채널 영상에는 최 전 의원 말에 박장대소하는 다른 의원 등의 모습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