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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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에도, 네덜란드에도 ‘트럼프’가?…전 세계 곳곳에서 ‘극우 지도자’ 급부상

세계 곳곳에서 극우 지도자 열풍이 불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아르헨티나 트럼프’로 불렸던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당선된 데 이어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출구조사 결과 극우 성향인 자유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만큼 전세계 정치권의 ‘우향우’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22일 실시된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 대한 조사업체 입소스(Ipsos) 출구조사에 따르면, 극우 성향 자유당이 하원 총 150석 중 가장 많은 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6석 확보로 2위가 예측된 좌파 성향 녹색당·노동당 연합을 큰 격차로 앞선 것이다. 현 연립정부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23석으로 3위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60)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지지자들 앞에서 “유권자 바람에 부응해 네덜란드인을 다시 1순위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 AP연합뉴스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강력한 반이슬람 정책과 망명 허용 중단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정당이다. 유럽연합(EU)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등 EU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빌더러스 대표는 ‘네덜란드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엔 아르헨티나에서 극우 대통령이 깜짝 탄생했다. 주인공인 하비에르 밀레이는 하원 의원을 지낸 것이 정치경력 전부일 정도로 정치적 존재감은 거의 없던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다 지난 8월 대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비선거에서 중도우파 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 장관과 마사 후보를 누르고 깜짝 1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당선이 확정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로 분류되는 만큼 정책 역시 다소 과격하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허용 등을 주장한다. 그 역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린다.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나치 독일’을 겪고 이 같은 과거를 완전히 청산한 독일에서도 최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지난 7월 소도시 2곳에선 AfD 소속 후보가 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역시 지난해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집권 1년을 맞은 이달까지도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정당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오른쪽) 독일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독일-이탈리아 정부 '공동 계획'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극우를 표방하는 정당이나 지도자들은 대체로 ‘반난민’, ‘반이민’ 등을 주장하며 자국민 우선 보호를 핵심가치로 내세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민자들과 갈등을 겪어온 유권자들이 이 같은 정책에 신선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극우 지도자와 정당이 세력을 키우자 일각에선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사스키아 에스켄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는 최근 “AfD의 성장은 독일에 재앙”이라며 “이 나라를 세운 이민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