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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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강제북송 규탄 결의안 무산시킨 ‘인권 무관심’ 야당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22일 처리하려던 탈북자 강제 북송 규탄 결의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국이 지난 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자국에 억류돼 있던 탈북민 500~600명을 북송하자 국민의힘 태영호·지성호 의원 등은 중국 정부가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고문방지협약’ 체약국으로서 의무를 준수하고 탈북민의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국회 외통위 법안소위 8명 가운데 민주당 의원 5명이 반대한 논리가 황당하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탈북자 실태나 난민 사유에 대한 현황을 더 파악하자는 것이다. 강제 북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받아들일 리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에서 중국으로 온 이들은 불법 이주자일뿐 난민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북한에서 고문 등 소위 ‘대규모 인권 침해’가 벌어진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강제 북송 중단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냐”고 질타하던 것과 정반대다. 심각한 언행불일치이자 ‘인권 무관심’ 정당임을 자인한 셈이다. 유엔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 북송은 국제난민법과 국제인권법 위반임을 명시했다. 지난달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중국의 탈북자 북송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대중국 압박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탈북자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국회가 이런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 중국·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해 중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중국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외교적 마찰이 우려돼도 인권 문제의 양보는 있어선 안 된다. “민주당이 김정은의 심기 경호에만 급급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2016년 여야 합의로 만든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이사 추천을 서둘러야 한다. 문재인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4년 연속 불참하고,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흉악범’으로 몰아 강제 북송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은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인권 정당’을 자처한다면 북한 동포 보호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