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22일(현지시간) 열린 문화 예술인 격려 행사에서 K팝 그룹 블랙핑크에 대영제국훈장(MBE)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 부부도 행사에 참석해 블랙핑크 멤버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가진 한·영 정상회담에서 ‘혈맹’과 ‘우정’을 강조하면서 안보와 과학기술 등 전 분야 최고 수준 협력을 유지하는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다. 양국은 이에 따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방·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찰스 국왕은 이날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문화 예술인 격려 행사에서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지수·제니·리사 모두에게 대영제국훈장을 수여했다.
대영제국훈장은 영국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거나 정치·경제·문화예술·과학·스포츠 등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물에게 수여된다. 영국 왕실이 심사해 수훈자를 선정하는 이 훈장은 영국의 비틀스(1965년)와 아델(2013년) 등이 수상했다.
블랙핑크는 2021년 영국이 의장국을 수임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전 세계 시민의 인식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찰스 국왕은 블랙핑크 멤버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블랙핑크의 실제 공연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훈장 수여식에 함께 한 윤 대통령은 “국익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블랙핑크가 앞으로도 이런 좋은 활동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찰스 국왕과의 국빈 만찬 자리에서도 “학창 시절 비틀스와 퀸, 엘턴 존에 열광했었다.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블랙핑크를 언급했다. 찰스 국왕도 이 자리에서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스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며 문화 강국인 양국 공통점을 강조했다. 이날 버킹엄궁 밖 근위병 교대식에서는 영국 군악대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메들리로 연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우닝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열린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서 “양국이 그야말로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라든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는 “윤 대통령께서 영국을 국빈 방문한 것은 영국과 한국 간의 깊은 관계와 우정의 특징”이라며 “우리가 서명하게 될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그러한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어 양국 안보와 과학기술, 지속 가능한 미래 분야 등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담은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다. 또 사이버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파트너십은 다우닝가 합의에서 양국의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행 방안으로 포함됐다. 한국은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포함된 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스’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가교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은 대한민국과 영국이 직면하는 전 영역의 사이버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서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며 “사이버 영역에서 양국의 활기차고 현대적인 관계의 잠재력을 더욱 심화하며 실현하는 게 전략적 방향”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런던금융특구 본청 길드홀에서 열린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해 “한국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양국의 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넬리 시장은 “K팝 그룹 블랙핑크는 어제 (국빈 만찬을 위해) 버킹엄궁에 왔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점점 ‘K 세상’에 살아간다”고 말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만찬에는 양국 경제인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각국 외교단 및 BIE 대표단에 K푸드, K팝, 한국 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부산이 가진 문화적 매력을 토대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를 각국의 문화와 기술, 생각이 더 넓게 확산되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