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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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이슬람' 자유당 압승에 무슬림 사회 ‘충격’… 빌더르스 총리 오를까

반이슬람 발언을 서슴없이 해오던 극우 인사 헤이르트 빌더르드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네덜란드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네덜란드 내 무슬림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사진 가운데) AFP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자유당이 선거 막판 판세를 뒤집고 하원 150석 중 37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오르자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모로코인 단체 대표인 하비브 엘 카두리는 네덜란드 ANP통신에 “몹시 괴롭고 공포스럽다”며 “빌더르스가 우리를 2등 시민으로 치부할까 두렵다”고 했다. 터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스테판 판바를러 대표는 “자유당이 최대 정당이라는 사실은 100만 무슬림에게 위협이 된다. 빌더르스는 그들의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당을 이끄는 빌더르스 대표는 그동안 이슬람을 “정신적으로 지체된 문화”, “낙후된 종교”로 지칭하며 쿠란 금지, 이슬람 사원 폐쇄,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 봉쇄 등 네덜란드의 ‘탈이슬람화’를 주장해왔다. 2016년에는 선거 유세에서 모로코인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다가 차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투표일이 임박하자 이슬람 혐오 언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2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고 반이슬람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런 빌더르스 대표가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7년 창당한 자유당은 다른 정당들의 거부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자유당을 제외한 좌파 또는 우파 연정이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빌더러스 대표가 총리를 맞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유당 중심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의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 대표도 자유당이 총리를 맡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유당과 연정구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은 사례는 1982년 총선 직후 연정이 마지막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