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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좌장’ 최경환 “전입신고 끝” 총선 출사표…윤두현과 대결 [이슈+]

친박(친박근혜) 좌장 격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22일 자신의 옛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경산시장에 방문하는 등 내년 총선 출마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숱하게 그의 출마설이 지역 정가에서 돌긴 했지만 그의 입에서 총선 관련 내용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최 전 부총리가 본격적인 총선 준비 행보에 나서면서 경북 지역의 타 친박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 릴레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혁신을 내세우며 고강도 물갈이를 예고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죽은 권력으로 여겼던 친박계 등장이 달갑진 않다.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과 배경 사진을 업데이트하며 경북 경산에 전입신고를 마쳤다고 알렸다. 최 전 부총리는 “전입신고 마쳤다”며 “오랜 시간 외출 끝에 고향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자주 인사 올리겠다”고 했다.

경북 경산에서 전입신고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그는 지난 추석 연휴에도 경산시 일대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출마에 조짐을 보였다. 최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 공천이 어려우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의 등장이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다지 달가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표면적으로 최근 국민의힘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최 전 부총리의 친밀한 관계도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스럽다. 지난 6월 최 전 부총리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청년 인사들과 만나 내년 총선 이슈를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만난 사실이 전해진 뒤 최 전 부총리 발언으로 알려진 대목이 당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나경원·안철수·유승민·이준석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보수 대통합을 강조한 발언이었지만, 핵심에는 박 전 대통령이 놓여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전 부총리에게) 국민의힘이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나가서 당선돼서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그런 스토리가 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최 전 부총리가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친박이다.

경산시장 찾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윤핵관으로 표현되는 국민의힘 지도부들은 과거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인사들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며 TK(대구경북)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윤핵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과감하게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인사들과 작별을 고한 그들은 문재인 정권을 지나면서 정권심판론이 힘입어 윤석열 정권을 창출했다. 즉 현 윤핵관들의 손엔 친박계를 쳐낸 피가 묻어있다.

 

여기에 차기 총선의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선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여파가 여전하다는 것도 문제다. 친박계 인사들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면 자칫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해 보수 결집을 와해하고 중도층 표심 이탈을 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에선 수도권에 당력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 과거 친박 인사들의 총선 행보로 텃밭에서조차 부담스러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또 최근 새인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미 지난 17대 국회부터 내리 4선을 지낸 최 전 부총리는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맞지 않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연일 새인물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 인사들의 등장은 결국 과거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며 “누가보더라도 당과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특히 최 전 부총리의 총선 도전은 이미 지역구인 경산에서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보수표가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 

 

최 전 부총리가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그의 1차 목표는 국민의힘 공천이다. 결국 경선을 통해 현역인 윤 의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잃어버린 당원권이다. 최 전 부총리는 현재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로 출당 조치된 이후 복당이 안 됐다.

 

만약 총선을 앞두고 당원권 회복과 경선 참여가 불확실할 경우 최 전 부총리에게 남은 것은 무소속 출마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현역인 윤 의원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조현일 현 경산시장과 최 전 부총리 측의 지원을 받았던 오세혁 당시 무소속 후보 간 경쟁에서 조 시장이 당선됐다는 점에 미뤄보면 최 전 부총리의 이름값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공천을 무력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