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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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부담 큰데… 공공임대는 ‘하늘의 별 따기’ [심층기획-주거안정이 민생안정이다]

청년·저소득층 위한 ‘매입형 임대주택’
서울시 등 지자체 소극적… 공급난 심각
“벌레 없고 환기되는 집서 살고 싶을 뿐”

“저도 지상으로 올라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은 모집조차 안 하니 방법이 없네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반지하 월세방에 거주 중인 윤성노(42)씨는 다가오는 겨울이 두렵다. 구형 알루미늄과 나무로 이뤄진 창틀이 방 안으로 스며들어 오는 찬 기운을 전혀 막아주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여름이 반가운 건 아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집안 습도가 90%를 넘어 늘 제습기와 바닥 난방으로 습기를 제거해야 하고, 장마가 시작되면 집안이 물에 잠기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날의 연속이다.

사진=뉴스1

현재 윤씨가 거주 중인 10평 규모의 반지하 집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으로, 전략정비구역 내에 있다. 동네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되면서 집값이 낮은 편에 속해 선택한 집이었다. 윤씨는 조금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봤지만, 서울 일대에 10평 규모의 집을 지금 수준의 주거비로 찾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그가 찾아낸 방안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이지만, 그마저도 ‘물량공급난’으로 윤씨의 희망은 날로 사그라지고 있다. 윤씨는 “주택 분양은 바라지도 않고, 벌레 없고 환기 잘 되는 집에서 살고 싶을 뿐”이라며 “그래야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지난 9월 공공에서 12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신규 택지 개발이나 재건축 계획으로는 당장의 주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가 기존의 민간 주택을 매입 후 개보수해 임대하는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을 해법으로 내놓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3년간 연간 5000호 이상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워왔다. 하지만 2020년 6700호가량의 공급 계획을 100% 달성한 이후, 계속해서 계획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입임대주택 5150호 공급 계획을 세웠으나, 850호 공급에 그치며 16.5% 달성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매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 11월 기준 3000호대로 공급 실적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가 침수 위험이 있는 반지하 공간 매입에도 집중하며, 올해 이달까지 매입한 3097호 중 577호는 비거주용 반지하 주택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효주 간사는 “매입임대주택은 신혼부부·청년·저소득층 등 서민들이 기존 시세보다 저렴하게 양질의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방안”이라며 “서울시와 SH는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을 계획만큼이라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