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산 증·감액을 놓고 정쟁이 한창인 가운데 여야 당대표가 사이 좋게 지역구 개발 사업을 각각 20억원 안팎으로 챙겨가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실세 챙기기’에는 의기투합하는 것이냐는 평이 나온다.
23일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지역구인 울산 남구와 관련해 태화강역∼신복로터리 도시철도(수소전기트램) 건설 사업 명목으로 예산 22억원 신규 증액이 요구됐다. 이 사업은 타당성재조사가 올 8월 통과했고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해 추진 중이다. 기본계획 승인 후 기본·실시설계를 즉시 발주하기 위해서 이 같은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와 관련해서는 도로 개설을 위한 목적으로 총 18억8000만원 증액이 요구됐다. 구체적으로 인천 계양구 둑실동 중로 도로개설비로 9억8000만원이, 계양구 선주지동 황어로 도로개설비로 9억원 증액 요구가 이뤄졌다.
당대표뿐 아니다. 당 3역 지역구 예산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옮긴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의 경우 한가람미술관 리모델링 예산과 관련해 20억원 증액 요구가 있었다. 이는 한가람미술관 시설안전성 제고와 장애인 관람 편의를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같은 지역 예술의 전당 유휴공간 아트스튜디오 조성 관련 20억원 증액 또한 요구됐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 지역구인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과 관련해서는 담양 용화사·영광 연흥사 보수정비를 위해 각각 1억8000만원과 2억원 증액 요구가 있었다. 이밖에 영광 백수해안 관광경관과 종교순례 테마관광 명소화를 위해 각각 8억원, 5억원이 증액 요구됐다.
여야의 실세 챙기기는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여야 대치가 심화하면서 사실상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 준수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등 소수 인원이 참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가 가동될 경우 ‘쪽지예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소소위가 열리면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사실상 각자 할당량을 갖게 돼 실세 의원 챙기기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