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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으로 오면, 초음속 미사일로 막는다…韓 ‘바다의 MD’ 효과 있나 [박수찬의 軍]

적국에서 쏜 탄도·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MD) 개념이 바다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패트리엇(PAC-3)처럼 지상으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바다를 가로질러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커지면서, 공해상에서 이를 저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마야함에서 SM-3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적의 장거리 미사일이 본토에 도달하기 전에 공해상에서 파괴하면 본토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대형함정을 내륙에서 공격하는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실전배치하면서 해상 MD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도 이지스함에 SM-6 함대공미사일 등을 결합한 해상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 과정에서 해상 MD의 효과 등을 놓고 이견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군, 해상 요격미사일 도입 추진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이 요청한 6억50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SM-6 함대공미사일 38기와 관련 장비 구매를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SM-6 함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대 요격고도 34㎞, 사거리 400㎞인 SM-6는 항공기, 탄도·순항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무기다.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인 이지스함의 협동교전능력(CEC)에 힘입어 전투기가 먼 거리에서 대함미사일을 쏘기 전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국내에선 2020년대 중반부터 배치될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탑재될 예정이다. 

 

해군은 SM-3 함대공미사일과 국산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Ⅱ를 개조한 함대공미사일-Ⅱ(대탄도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SM-3 함대공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상승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한 SM-3는 최저 요격고도 90㎞, 사거리 900㎞에 이르는 요격무기다. 성능개량이 이뤄지면서 요격고도가 1200㎞까지 높아졌고, 사거리도 2500㎞에 달한다.

 

이는 ICBM에서 사출된 탄두가 지상으로 하강할 때는 요격 성공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하당 전 단계에서 요격을 하려면 SM-3도 그만큼 높은 고도까지 빠르게 상승해야 한다.

 

SM-3가 고고도에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와 함께 지상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국산 L-SAMⅡ의 탄도탄 파괴용 유도무기를 해군의 실정에 맞게 개조, 국산 수직발사기에 탑재해 차기 한국형구축함(KDDX)에서 운용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를 사용하는 이지스함은 미국산 요격미사일을, 국산 전자장비가 다수 쓰일 KDDX는 국산 요격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효용성 논란도…“KAMD 최적화부터”

 

해군의 해상 MD가 한반도 유사시 수행할 역할에 대해선 논란이 제기된다.

 

미국 내 생산시설에서 조립중인 SM-6 함대공미사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SM-6는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중국은 유사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로 접근할 미 해군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륙에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있는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DF-21D 대함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또한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H-6K 폭격기를 운용하면서 차세대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 해군이 이를 저지하려면 사거리가 길고, 대함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함께 갖춘 무기가 필요하다. SM-6가 개발된 이유다. 

 

SM-6는 대함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단·중거리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갖고 있다. 탄도미사일 요격 범위가 좁다.

 

SM-6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SM-6 탑재 이지스함이 해안과 가까운 곳에 머물러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해안 지역에 있는 주요 거점을 방어할 수 있다.

 

이는 동해상에서 활동할 북한 잠수함 탐지에 투입할 수상함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북한이 대함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KN-17을 만들기는 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정을 정밀타격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으며 미사일의 성능도 검증되지 않았다.

 

SM-3도 운용에 제약이 있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발사할 미사일은 대부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북한 SRBM은 정점고도가 90㎞보다 낮다.

 

KN-23은 비행과정에서 풀업 기동(하강 후 재상승하는 특성)을 할 수 있고, 낮은 고도로 날아오므로 요격범위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SM-3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

 

SM-3가 위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면, 북한이 일본 내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나 미군기지를 향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때다.

 

정점고도가 SRBM보다 훨씬 높은 북한 IRBM이 한국작전구역(KTO) 상공을 비행하면, SM-3로 요격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발사대들이 하늘을 겨냥한 채 배치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해와 인접한 중국 연안에서 일본이나 미국으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거나 북한이 미 본토로 ICBM을 발사할 때도 SM-3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서·남해 상공을 지난다면, SM-3 탑재 이지스함에서 요격이 가능하다. 미 본토롤 노리고 발사된 북한 ICBM은 동해 상공에서 SM-3로 파괴할 수 있다.

 

이같은 작전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SM-3도입으로 인한 미국 MD 합류 논란도 지적되지만, 이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MD에 합류하려면 탄도미사일 통합 요격작전에 필요한 부대를 새롭게 편성하고, 지휘관계를 재정립하며, 각종 전자장비와 네트워크 및 무기의 상호운용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요격무기 도입만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SM-3를 구매해도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 해군 미사일방어망에 통합되지 않은 SM-3의 위력은 미 해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외교적 반발 및 북한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반도 밖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나 주일미군기지, 미 본토에 대한 위협에 한국군이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외교적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위협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그에 맞춰 정책적 고민과 결정을 거친 후에 무기체계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에 대한 가장 큰 미사일 위협은 북한이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위협은 북한 내륙에서 남한 내륙으로 쏘는 미사일이다.

 

그 다음은 동해상의 잠수함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유엔사 후방기지나 주일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있다.

 

한·미 연합군이 우위에 있는 공군력을 의식하는 북한은 내륙 지역에서 일시에 최대한 많은 숫자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 전쟁 초기 한국에 입힐 피해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해군 이지스함 서애류성룡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통상적 방식으로 미사일 공격을 할 경우 한·미 공군과 육군 대화력전 부대의 반격으로 탄도미사일 중 상당수를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쏘지도 못하고 파괴될 바에는 최초 공격에서 쏘는게 낫다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지상 기반 요격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미사일방어체계 외에도 육군과 공군의 방공망,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을 연계하면서 통합적인 방어작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기술 개발도 필수다.

 

한반도 실정에 맞게 미사일 방어지역을 선정하고, 전시에 요격작전을 수행할 교전수칙도 재정비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군사작전을 펼치는 미국은 현지에 전개한 부대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지역을 지켜야 하는 한국군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한반도 전역에 미사일방어체계를 설정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보호할 지역에 요격전력을 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지역은 다층 방어망, 또다른 특정 지역은 단일 방어망 등으로 차등을 두는 방법도 있다.

 

이같은 고민을 거친 후에 미사일 방어 관련 소요를 재검토, 통합작전 관점에서 최적의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요격무기를 구매하고 실전배치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재검토 결과 SM-3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미국 MD와의 연동 문제와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외교·군사적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비용 등의 제약이 있는 만큼 효율적인 전력증강이 필수다.

 

종합적 관점에서 방어체계를 검토하고, 해군과 공군의 역할을 지정한 뒤 요격전력 구축 방안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 군 당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