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광천김’ 상표 아무나 쓴다…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취소 확정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특산품인 ‘광천김’을 다른 지역 김 업체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광천김영어조합법인(광천김조합)이 특허청에 ‘광천김’이라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한 지 9년 만에 상표권을 상실했다. 조합법인은 상표권을 재출원할 계획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천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광천김조합이 상고 제기 기간인 지난 24일까지 상고하지 않아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사진=주식회사 광천김 홈페이지 캡처

앞서 지난 8일 특허법원 제4-2부는 충북 소재의 한 김 제조업체가 광천김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광천김조합은 2014년 7월 29일 특허청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한 지 9년 만에 상표권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상품의 특정 품질과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그 지역 또는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임을 명시하는 제도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되면 다른 곳에서는 함부로 해당 상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권리가 부여된다.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체표장 등록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전은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쯤 국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충북의 A업체가 상품명으로 ‘광천김’을 쓴 것을 발견한 조합법인 소속 업체가 해당 마트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마트에서 철수하게 된 A업체가 B업체가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소유한 조합법인을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광천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특허등록 무효 및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소송 1심격인 특허심판원은 B업체의 문제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으나 2심격인 특허법원은 원고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은 조합원들이 조미구이 김에만 사용해야 하는 ‘광천김’ 표장을 유사 제품인 김자반과 김 가루, 김밥 김 등의 품목에도 사용한 것은 ‘상표의 부정 사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일부 조합원들이 정관 규정을 위반해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천일염과 참기름을 사용했음에도 조합이 이를 막기 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조합원이 아닌 제삼자가 이 사건 단체등록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했음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광천김은 지난해 7000만달러(한화 약 915억원) 수출을 돌파해 해양수산부 공로탑을 받는 등 충남 대표 수출 상품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상균 광천김조합 대표는 “조합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확률은 극히 낮다고 판단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정관을 개정해 특허청에 재출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