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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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처리된 의료데이터 규제 풀려…“AI 정밀의료 기술 개발 기대”

정부, 24일 제12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 개최
인체유래물 이용한 바이오헬스 사업화도 기대
#A사는 만성 알코올성 간 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AI)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사업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연구목적으로 수집한 인체유래물인 대변에서 채취해 분석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과 생활습관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유전체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기업이 받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해 사용이 제한됐다. 2021년 8월 강원 정밀의료산업 특구 지정 뒤 A사는 가명 처리된 유전체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간단한 분변검사로 간 질환 진단과 진행을 예측하거나 관리하는 AI 솔루션 개발을 추진했다. 2년간 실증 기간에 개발을 완료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2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서면 개최하고 ‘규제자유특구 특례 후속조치 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사 사례를 포함해 총 2건의 규제 개선이 완료됐고, 임시 허가 전환 5건, 임시 허가 연장 5건도 의결해 본격적인 규제 개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안전성 검증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사업(8건)은 사업 중단 없이 규제개선 필요성을 지속 입증하도록 실증 특례 기간을 연장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사 사례는 강원 정밀의료산업 특구에서 이뤄진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기술개발 실증’이다. 기업이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정밀의료 예측‧진단 AI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체 유래물에 대한 연구나 생활습관 정보, 유전 정보, 영상 정보(MRI, CT)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동안은 의료데이터 제삼자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특구에서는 가명 정보 처리된 의료데이터를 받아 안전성을 검증했다.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37조)‧의료법(21조) 유권해석에 따라 개인정보 식별위험을 최소화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된 경우 기업 등 제삼자의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향후 글로벌 의료 AI 시장, 특히 AI를 통한 의료용 예측‧진단 서비스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돼 가명처리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광범위한 AI 정밀의료 기술개발이 기대된다”고 했다.

 

대전 바이오메디컬 특구에서 진행한 ‘기업전용 인체 유래물 은행 공동운영’ 실증도 즉시 사업화가 가능해졌다. 기업이 체외진단기기 개발하려면 다양한 임상검체가 필요하다. 그런데 병원별로 설치된 인체 유래물 은행에 개별적으로 확인한 뒤 각각 신청 및 심의를 받아야 해 그동안은 시간 소요 절차 등 어려움이 컸다. 2020년 대전 바이오메디컬 특구는 인체 유래물 은행(충남대·을지대·건양대 병원) 간 공동위원회를 운영해 안전성을 검증했다.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법(43조) 유권해석에 따라 이제 전국에서 인체 유래물 은행간 공동위원회 운영이 가능해졌다.

 

중기부는 “대전 특구에서 유방암 체외진단키트,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 진단제품이 개발돼 국내외 인증을 획득했다”며 “간편‧신속한 체외진단산업을 비롯해 바이오헬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중전압 직류전기 실증 (전남 에너지신산업 특구) △수소연료전지 실내물류운반기계 및 수소선박 상용화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특구) 등 5건은 현행법상 사업이 제한되지만, 안정성이 인정돼 임시 허가로 전환된다.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가 지역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특정 지역과 사업자에 대해 규제특례를 허용한 곳으로 2019년부터 운영됐다. 투자유치 11조원, 매출증가 1680억원, 일자리 5503명 등 경제적 성과가 쌓이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중기부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한 신산업 육성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선, 사업화 지원 등 사후관리와 성과확산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