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까지 K팝 음반 누적 수출액이 3000억원을 넘기며 연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중국 음반 수출액이 하락하는 등 ‘K팝 위기론’도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이 26일 밝힌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음반 수출액은 2억4381만4000달러(약 3183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이미 작년 한 해 수출액 2억3138만9000달러(약 3023억원)를 웃돌아 연간 기준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K팝 수출 시장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미국, 중국이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대만, 독일,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이 뒤따랐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7.3% 증가했지만, 대중 수출액은 51.1% 감소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10월까지 음반 대미 수출액은 5432만2000달러(약 710억원)로 대중 수출액 2333만5000달러(약 305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올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정국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밟는 등 K팝 스타들이 미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혔다.
이 같은 성적표를 두고 K팝 음반 시장이 ‘큰손’ 중국 시장의 축소 등으로 이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대형 기획사 소속 간판 아이돌 그룹의 첫 주 판매량이 전작보다 수십만장씩 감소하기도 했다. 가요계에서 첫 주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와 응집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교보증권 박성국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그림자 규제 △중국 경기 부진 △중국 팬클럽 간 경쟁 자정 작용 △K팝 성장 한계 봉착 등을 추측했다.
가요계는 그러나 아직 ‘K팝 위기’라고 하기엔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거론되지만, 사실 K팝만큼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산업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최근 몇 년간 기획사와 팬덤 모두 첫 주 판매량 늘리기에 혈안이 된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첫 주 판매량에만 집착하다 보니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며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K팝 가수들은 첫 주에만 올라왔다 둘째 주부터 확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