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만 10만원 가까이 지출했어요. 3년간 교복 지원금은 딱 30만원 뿐인데 여벌 교복 바지와 블라우스, 체육복 등을 구매하는데 매년 20만원 안팎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학부모 박모(42)씨는 올해 초 중학생이 된 자녀의 교복을 맞추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지출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 구매를 지원하지만, 교복 한 벌 외에 블라우스나 바지를 추가 구매하거나 체육복을 사는데 적잖은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체육복의 경우 교복 한 벌(3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 자비 구매 품목으로, 이른바 ‘브랜드 제품’도 아닌 옷을 8∼9만원의 돈을 내고 지정된 업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동의 학부모 최모(44)씨는 “중학생 아이들은 교복보다 체육복을 더 많이 입고 등교한다”며 “선택권도 없고 매년 찢어진 체육복을 새로 사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경기도의 중고교 신입생 무상체육복 지원사업이 경기도교육청의 늑장 대응에 발목이 잡혔다.
◆ “중학생은 교복보다 체육복 더 많이 입어…매년 찢어진 체육복 재구매”
26일 도와 도 교육청에 따르면 협력 사업인 ‘중고교 신입생 무상 체육복’ 사업의 지원 시기를 두고 최근 양측이 갈등을 겪고 있다. 도의 경우 내년도 본 예산안에 사업비 67억원을 편성한 뒤 당장 내년부터 사업을 시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도 교육청은 업무 가중과 복지부 협의 등을 이유로 2025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도의회에 제출된 도의 예산안은 내년 도내 중고교 신입생 26만8000명의 체육복 구입비(1벌당 10만원) 268억원의 25%에 해당한다.
앞서 임태희 교육감도 도의회 교육행정질의 답변에서 무상 체육복 도입을 이른 시일 안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는 무상 교복과 같은 분담 비율(도 교육청 50%, 도 25%, 시군 25%)로 사업비를 세웠다.
도내 31개 시·군 역시 같은 금액을 내년도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하지만 임 교육감의 약속과 달리 무상 체육복 지원사업을 당장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도 교육청의 부담액만 134억원 안팎으로, 도 교육청 내부에선 시간과 절차 등을 두고 부정론이 팽배하다.
세계일보는 이길호 도 교육청 홍보기획관에게 추진 일정을 둘러싼 도 교육청의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도 교육청 홍보기획관실 관계자는 “학부모위원회 구성과 체육복 업체 선정 등 절차에만 6개월가량이 소요되고 학교 현장의 업무가 늘어나 교직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저해한다”며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돼 늑장 대응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지원방식이나 지원단가에 합의하고 추진 일정은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변경 협의가 필요한데 내년 1월쯤에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교육청, 내년에는 실행 어려워…임태희 교육감은 도의회에서 이른 시일 안에 지원 약속
이 과정에서 도 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업무가 가중되고 혼란이 빚어지는 이유에 대해 △추가 금액 집행을 위한 디자인 선정과 지침 정비, 입찰 및 계약 등 장기간 업무 재추진 △각급 학교에서 변경사항에 대한 사전절차 추진 기간 및 이해 부족 △‘예비 학부모’의 체육복 등 추가품목에 대한 개별구매 완료로 실효성 감소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일선 학부모들은 “체육복 구입을 지원한다고 그동안 바뀌지 않던 학교별 체육복 디자인을 갑자기 (다시) 선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내년 1월에야 학교 배정이 발표돼 당장 아이가 어느 학교로 갈지 알 수 없는데 ‘예비 학부모’가 체육복 등에 대한 구매까지 마쳤다는 설명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도 교육청이 ‘교복·생활복·체육복 통합지원’을 내년에는 집행할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입장을 바꿔 ‘신속 집행’을 택하더라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34억원의 예산 편성을 심의할 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에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도 교육청이 이 사업을 두고 도의회 여야와 충분한 사전 교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