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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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트럼프' 밀레이, 당선 후 국제 사회에 '유화 제스처'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과격한 언행을 일삼았지만 당선 후 취임을 앞두고는 대외 관계에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는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브라질 대통령을 다음 달 10일 예정된 자신의 취임식에 초청하기 위한 서한을 디아나 몬디노 아르헨티나 밀레이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내정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밀레이 당선인은 서한에서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양국이 물리적 통합, 무역, 국제적 입지 등 측면에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속해서 공유하고 싶다”며 “양국 간 건실한 관계 구축을 통해 모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대선 결선투표(19일)를 열흘 전 룰라 대통령에 대해 “부패한 공산주의자.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독재 국가와 관계를 끊을 것”이라며 중국과 브라질 등 자신의 정치이념과 맞지 않는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중국에 대해서도 “당신은 암살자와 거래하겠느냐”며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고 중국 주도의 신흥 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가입도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당선이 확정된 후 밀레이 당선인은 이들 국가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받은 축전에 대해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무역 관점에서 브라질과 중국을 등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총교역액 기준 대외 교역국 1·2위는 나란히 브라질과 중국이었다. 특히 브라질에 대한 수출액(126억6500만달러)은 2위 중국(80억2000만달러)·3위 미국(66억7500만달러)을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다.

 

자국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서도 “망할 공산주의자” 등과 같은 막말을 했던 그는 교황과의 통화에서 ‘성하’라는 극존칭을 쓰고, 고국 방문을 요청했다. 취임 후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 국정 운영 동력을 얻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