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남자들과 춤췄다”며 친딸 살해한 父… 계속되는 ‘명예 살인’

클립아트코리아

 

파키스탄에서 한 소녀가 소년들과 춤추는 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가족에 의해 살해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과 현지매체 Dawn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코히스탄 지역 경찰은 전날인 27일 소녀의 친부를 살인 혐의로 체포하고, 명예살인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친부 A씨는 지난 24일 자택에서 16~17세 딸 B양을 총으로 여러 번 쏴 목숨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에는 소녀가 또래 여자친구, 소년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북서부 산간 지역 콜라이 팔라스 경찰 부국장 마수드 칸은 “마을 장로회에게 사형을 선고하도록 조언한 이들과 살해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잔인한 살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 어떠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 출연한 B양의 친구도 생명에 대한 위협이 예상돼 경찰에 구조됐다. 그는 이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르가’로 불리는 이 마을의 원로회는 현지 전통에 따라 SNS상에 떠도는 이미지에 나온 이들을 ‘코르’(도둑)라고 선언하고 이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책임자 셰드 이르샤드 후사인샤는 B양의 남성 친척들이 살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 경찰도 이들의 살해 동기가 명예살인이라고 보고있다. 

 

명예살인은 마을 원로회의 결정 등에 따라 집안의 명예를 더렵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인권단체의 캠페인과 이를 엄격히 금지하는 법안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악습이다. 

 

매년 파키스탄에서는 수 많은 여성들이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단체 파키스탄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약 1000명 이상의 여성이 명예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