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늘의시선] 챗GPT 1년, 혁신의 여정과 미래

다방면으로 활용되며 빅테크 경쟁 불붙여
생성형 AI 통제가능한 생태계 조성 화두

1년 전인 지난해 11월 30일 챗GPT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 기술은 단순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을 넘어서, 정보 접근 방식과 의사소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창작’의 영역을 챗GPT가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학습데이터를 반영하여, 주어진 정보·지시를 바탕으로 학습한 데이터와 유사한 그러나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또한 대화형, 생성형 AI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더 정확하고, 더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예측 능력과 반응 속도의 향상은 이 기술의 활용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챗GPT는 교육,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코파일럿 서비스는 사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객 응대 챗봇은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며, 콘텐츠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이런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 영역이었던 AI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법정책센터장

챗GPT의 등장과 함께 빅테크 간 경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동안 아이폰의 애플, 검색의 제왕 구글에 밀렸던 윈도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해서 경쟁 대열에 올랐다. 아직 구글의 절대적 검색 점유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챗GPT를 탑재한 AI 검색 엔진은 쌍방향 대화와 정보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색에서 정답으로(from search to answer) 인터넷 포털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대규모 언어모델이 가진 한계로 인해 허위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 편향성 등 위험이 제기되면서, 생성형 AI 기술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자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제 생성형 AI 규제가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규제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안전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한편, 미국은 AI 안전 정상회의 하루 전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유럽연합(EU)은 이미 2년 전 AI법 초안을 발표했고, 중국은 생성형 AI 규제법을 시행하는 등 AI 규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뜨겁다.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 검색의 최강자인 네이버가 올 8월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각 전문 분야에 특화된 한국어 중심의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그 외 KT, 카카오, SK텔레콤, LG도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가우스라는 자체 모델을 출시하고 갤럭시에 AI칩을 장착하기로 했다. 그러나 초거대 AI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자원, 데이터 등이 진입 장벽이 되면서 한국 기업이 미국 빅테크와 경쟁하는 것은 버거운 상황인데,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다.

생성형 AI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며, 삶을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도록 할 것이나, 부정적으로는 세상에 산재하는 편견을 증폭시키거나,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초지능(Super-intelligence) AI의 등장도 머지않았으며, 이로 인해 전문직의 실업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위험도 다가오고 있다.

결국 생성형 AI의 잠재적 가능성이 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통제가능하고 경쟁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며, 생성형 AI가 촉발할 사회경제적 변화를 조망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규범을 정립해 나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AI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이용자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체계 개편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더불어 한국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이에 우리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법정책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