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주택 10채 중 6채(2022년 통계청 조사 기준 64.5%)가 아파트인 ‘아파트공화국’이다. 국가 주도로 서울 중심의 빠른 산업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아파트를 대량 건설한 영향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상적인 중산층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완성되면서 아파트공화국이 뿌리내리게 됐다.
28일 학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30년대에 지어진 서울 중구 회현동 미쿠니아파트, 서대문구 충정로의 충정아파트가 꼽힌다. 일본인이 지은 서양식 건물의 형태로, 현재의 아파트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형 아파트의 시초는 1958년 성북구 안암동에 들어선 종암 아파트먼트 하우스다. 국내 최초로 수세식 변기가 설치됐고, 4층짜리 3개동에 152가구로 조성됐다.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당시 마포형무소 농장터에 10개동 642가구 규모로 마포아파트를 준공했다.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 어린이놀이터 같은 옥외 공간을 갖췄다. 내부에 입식 부엌(주방)과 거실, 침실을 둔 평면 구조도 이때부터 정착됐다.
1977년에는 서울시가 아파트 층수 제한을 12층에서 15층으로 완화하면서 강남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는 양천구 목동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지어졌다. 1988년 노태우정부 주택 200만가구 건설 계획 발표를 계기로, 1990년대 들어 민간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이 대폭 늘어났다. 2000년대에는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아파트의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헬스장과 수영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는 단지가 생겨났고, 이때부터 확장형 발코니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밀집된 공간에서 다수가 생활하다 보니,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으로 살인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급 아파트 단지를 표방하며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외부인의 주변 도로 출입과 놀이터 이용 등을 막아 빈축을 사기도 했고, 2020년에는 아파트 입주민의 폭행으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듬해 이른바 ‘경비원 갑질 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