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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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7명 의료기관서 사망… 정신보건 취약

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 발간
네덜란드의 3배… 재택 돌봄 강화 등 시급

조울증·조현병 초과 사망비 ↑
폐질환 등 만성질환 예방 상위
뇌졸중 치명률도 평균 밑돌아
외래 항생제 총처방량 감소세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명 중 1명만이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하는 네덜란드(23.3%)의 3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9.1%)의 1.4배이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등 정신보건 분야에 대한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는 OECD가 최근 발간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2023’에 수록된 보건의료 분야 주요 7개 영역, 21개 지표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주요 영역은 △급성기 진료 △만성질환 입원율 △외래 약제처방 △정신보건 △환자경험 △통합의료 △생애말기 돌봄이다. OECD 각 회원국의 2021년 기준 보건의료 현황과 함께 회원국 간 질적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보건의료 수준은 허혈성 뇌졸중 입원치료나 폐질환·심부전 등 만성질환 예방에서는 OECD 상위권이었지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나 조현병 진단 환자의 초과 사망비(15~74세 사망률 가운데 해당 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사망률)는 OECD 13개 회원국 가운데 수위를 기록했다.

 

최근 6년간 국내 지표만 살펴보면 정신보건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는 보건의료 질적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세부지표별로 살펴보면 급성기 진료 영역에서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환자가 입원 후 한 달 내 사망한 비율)은 2021년 기준 3.3%로 OECD 평균(7.9%)을 훨씬 밑돌았다. 일본(2.9%), 아이슬란드·노르웨이(각 3.1%)에 이어 OECD 28개 회원국 중 4위 수준인 한국의 뇌졸중 치명률은 2016년에는 4.0%, 2020년엔 3.7%였다. 하지만 한국의 2021년 급성심근경색증 치명률은 8.4%로, OECD 평균(7.0%)보다 다소 높았다.

지수가 낮을수록 의료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만성질환 입원율은 대체로 OECD 평균 이상이었다. 한국의 천식 및 만성폐색성폐질환(COPD) 입원율은 2021년 인구 10만명당 99.7건으로 OECD 평균(129.1건)을 크게 밑돌았다. 울혈성 심부전(CHF) 입원율과 당뇨병 하지 절단율 역시 각각 79.1건과 2.6건으로 OECD 평균(205.6건, 7.5건)을 하회했다. 다만 2021년 당뇨병 입원율은 2016년(274.8건)보다 크게 낮아진 196.1건을 기록했으나 OECD 평균(102.4건)보다는 높은 편이었다.

 

외래 항생제 총처방량은 일평균 처방인구 1000명당 16.0DDD(의약품 소비량 측정 표준단위·1DDD는 성인이 하루 동안 복용해야 하는 평균 용량)로, OECD 평균(13.5DDD) 수준에 육박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총처방량은 1.0DDD로 OECD 회원국(평균 13.2DDD) 중 두 번째로 적었다.

 

일종의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장기 처방률(65세 이상 약제처방인구 1000명 중 1년에 365DDD 초과 처방한 비율)은 11.0%로 OECD 평균(28.2%)을 밑돌았지만 장시간 지속형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처방률은 112.3명으로 OECD 평균(43.9명)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신보건 관련 지수는 OECD보다 나쁜 수준이었다. 양극성 정동장애와 조현병 환자의 초과 사망비는 각각 4.2와 4.6으로 OECD 평균(2.3, 3.5)보다 높았고,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 또한 인구 1000명당 7.0%(2020년 기준)로 OECD 평균(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의사의 진료 시간이 충분했다’와 ‘의사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문항에 대한 한국 환자의 동의율은 각각 81.4%와 88.0%로 OECD 평균(82.2%, 90.6%)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진료·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응답률은 89.2%로 OECD 평균(83.6%)보다 높았다.

사진=연합뉴스

생애말기 돌봄과 관련한 지표인 ‘의료기관서 사망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재택돌봄 강화 등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망자 중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비율은 2017년 73.3%에서 2021년 69.9%로 다소 줄었는데 여전히 OECD(평균 49.1%) 1위 수준이다.

 

복지부는 “생애말기돌봄 영역은 사망 전 적절한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측면에서 간접 측정지표(의료기관 사망 비율)로 수준을 평가한다”며 “각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와 사회·문화적 여건 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객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