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한다?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때문이에요. 이걸 전도성 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아볼게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탄생
전기가 통한다고 하면 구리나 은 등 먼저 금속을 떠올리기 십상인데요.
플라스틱은 전기가 이동할 수 있는 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아 본래 통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하게 하려면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플라스틱 분자구조를 특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1970년 일본 화학자인 시라카와 히데키 도쿄공대 교수(바로 위 사진 오른쪽)팀의 한 연구원이 반응촉매 양을 과도하게 넣는 실수를 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반응용액 표면에 은색의 고분자 박막이 생겨 확인해보니 이것이 바로 순수한 트랜스 형태의 폴리아세틸렌이었습니다.
폴리아세틸렌은 탄소가 사슬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는 분자구조로,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교대로 배치돼 있습니다.
폴리아세틸렌은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었는데, 이 연구 결과를 미국 화학자인 앨런 그레이엄 맥더미드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위에서 두번째 사진 가운데)가 듣게 되자 물리학자 앨런 히거 UC 버클리 교수(〃 〃 〃 왼쪽)까지 초청해 공동 연구를 하게 됩니다.
결국 이들 과학자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2000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는데요. 본격적인 ‘플라스틱 전자시대’를 연 셈이죠.
◆전도성 플라스틱의 필요성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도 많은데, 왜 굳이 그런 플라스틱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컴퓨터나 TV,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케이스가 금속이어야 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무겁고 가격도 오릅니다.
전도성 플라스틱을 쓰면 가벼우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즉 전자제품의 경량화는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전도성 플라스틱의 개발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도성 플라스틱의 활용
그렇다면 전도성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전도성 플라스틱은 전압의 세기나 빛의 변화에 따라 색이 변합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날씨에 따라 색이 변하는 스마트 창문(smart window)을 개발할 수 있는데요.
스마트 창문은 여름에는 어둡게 해 실내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함으로써 냉방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창문을 투명하게 해 실내 온도를 높이고 밝게 해줍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스피커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많은 기업이 전도성 플라스틱을 활용해 새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현재 전도성 플라스틱을 이용해 컴퓨터 스크린 보호기나 반도체성 고분자인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플렉서블 및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의 개발을 위해 활발하게 연구 중에 있는데요.
머지않아 금속 없이 100% 전도성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어진 전자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한화솔루션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