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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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백악관 당국자와 회동… '달러貨 도입' 타진했나

아르헨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美 방문
선거운동 때 '페소→달러' 화폐 교체 공약

미국을 방문 중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만나 두 나라 간 돈독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대통령이 되면 아르헨티나 통화를 미국 달러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방미 중인 밀레이 당선인과 백악관에서 회동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방 출장을 떠나 밀레이와의 만남은 불발했다. 사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의 인물이 취임도 하기 전에 외국을 찾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설리번 보좌관은 밀레이 당선인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에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밀레이 당선인에게 설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화폐를 현 페소에서 미국 달러로 바꾸는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는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밀레이 당선인 측 대변인은 “통화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거침없는 발언과 괴짜스런 행동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란 별명을 얻었다. 페소를 없애고 달러를 도입하겠다는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만성적 재정적자에 사달리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0월 대비 142.7%에 달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도 적자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의 원인에 대해 밀레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페소화를 마구 찍어낸 결과”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화폐를 페소에서 달러로 바꾸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직전인 지난 19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 캠프 앞에 몰려든 모습. 밀레이 후보는 56% 득표율로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AP연합뉴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가치 변동 폭이 작아 안정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도 남미의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 등 몇몇 국가가 달러를 법정 통화로 사용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경제 규모가 이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과연 달러화 전환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외신들은 미국, 영국 등의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르헨티나가 달러화를 자국 화폐로 삼으려면 페소화와의 교환 비용 등 최소 300억∼4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의 수중엔 그만큼의 달러가 없다”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