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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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죄, 다신 이런 관권 선거 없어야

송철호 전 시장·황운하 의원 징역 3년
법원 “宋·黃·청와대 수사 청탁 공모”
늑장 재판 탓 3년10개월 만에 1심 선고

법원이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피고인들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2020년 1월 재판 시작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는 어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에게 징역 3년씩을 선고했다. ‘하명 수사’ 개입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고위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관권 선거를 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를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현직인 김기현 시장에 대해 하명 수사를 경찰에 지시하고,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정치적 기소’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백 전 비서관 등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수사 청탁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가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이런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 사건은 ‘미완의 수사’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윗선이 기소되지 않는 등 실체적 진실이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고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당시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를 미적거려 수사 실무팀과 마찰을 빚은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권력 핵심부의 지휘로 집요한 수사·기소·재판 방해가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1심 재판이 장기간 지연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3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갑자기 질병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인사 원칙까지 어기며 그를 같은 법원에 4년이나 유임시켜 재판을 맡겼다.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닌가. 이러는 사이 송 전 시장은 퇴임했고, 황 의원은 임기를 채우게 됐다. 선거법을 위반한 공직자가 임기를 다 마친다면 재판을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