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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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1회용컵 보증금제, 제주도민 85% "유지해야"

"규제 철회한 환경부, 의무도 책임도 포기" 제주서 잇단 비판

제주도민 대다수가 카페 등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 중인 ‘1회용컵 보증금제’가 필요하고 제도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제주도민 인식 조사 결과, 제도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 82%, ‘공감하지 않는다’ 11%, ‘보통’ 7% 등으로 다수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환경부가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늦추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정책 추진에 힘이 빠진 것과 달리 시범 실시 중인 제주도에서 도민 10명 중 8명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나 음료를 1회용컵에 담아 판매할 때 소비자로부터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1회용컵 재활용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범 시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1년을 앞두고 제주환경운동연합과 한국환경회의,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회, 녹색연합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구글 서식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도민 553명, 이 외 14명 등 56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회용컵 보증금제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5%가 찬성 입장을 보였고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9%에 불과했다.

 

1회용품 규제 철회의 핵심 품목인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 금지 여부에 대해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75%, ‘소비자가 원할 때만 보증금을 적용해 제공’ 18%, ‘매장 내 사용 가능’ 7%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3%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시범 실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1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카페를 방문해 보증금 컵을 제공받았다는 질문에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제주도 1회용컵 반환율이 70%에 이르렀던 결과와 이번 설문 조사 결과 80% 이상의 도민이 제도 취지에 공감하고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주도에서 시범 진행된 이 정책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제주의 1회용컵 보증금제 성과를 토대로 조속히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시행해온 1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또 1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의 사용금지 조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비닐봉지는 단속하지 않고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 역시 정부의 환경 정책에 강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의무와 책임 포기한 환경부를 규탄한다”면서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연대회의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시행했어야 할 규제가 1년의 계도기간도 모자라 포기 수준에 다다랐다”면서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 시행을 백지화한데 이어 1회용품 규제 철회로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을 앞세우고 있으나 이번 발표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면서 “제주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동참 업체들이 무더기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제도 안착이 요원해졌다”고 밝혔다.

 

제주연대회의는 “현재 국제사회는 1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고 있는데 한국은 국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환경부는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고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규제 철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20일 도정현안 티타임에서 “제주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며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자율 시행, 제도 폐지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9월에도 환경부가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유보하려고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에서 안착 중이던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정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 방침과 전국 시행 유보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제주에서 선도 시행하고 있는 1회용컵 보증금제 현장지원을 위해 지난 3월 개소한 제주사무소 인력 10여 명 중 절반을 철수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유리병, 1회용컵 등 보증금 대상용기 회수, 재사용과 재활용의 촉진을 통해 환경보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21년 6월 설립한 보증금제도 전문 관리기관이다.

 

센터는 자원순환보증금의 반환, 취급수수료·처리지원금의 지급·관리 및 미반환보증금을 집행하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