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장병 부족으로 흉악범죄자를 모병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채무자를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각) 반푸틴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은행에 빚을 진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모병 활동을 하고 있다.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사는 올가(여)는 지난달 법원 집행관으로부터 군무원 계약을 추천받았다.
집행관은 “군 복무 계약을 하면 채무를 상환해준다”고 권유했다. 당시 그녀는 은행에 80만 루블(1166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9세, 13세 자녀를 홀로 키우는 데다 군인 관련 신분증 및 필수 의료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거절했다.
스베르들롭스크 지역 시서트에 거주하는 미하일(남·53)도 은행으로부터 채무를 지고 있었으나 군 복무 후 탕감을 받았다.
그는 “최근 뇌진탕과 다리 부상을 당하고 휴가차 집에 왔으나 참전으로 모든 대출을 갚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 집행관 관련 웹사이트에는 러시아 국방부와 군 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에게 위자료를 제외한 압류 절차를 중단하는 공지사항이 걸려있다.
하지만 노바야가제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하면 은행 빚을 탕감해준다는 러시아 정부의 권유에 대해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노바야가제타 측은 “입대를 계약한 채무자가 전사 시 채무자의 가족 또는 친족에게 국가가 약속한 수백만 달러가 지급될 것이라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빚만 확실히 상속될 것”이라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원할 병력이 부족해지자 사면을 대가로 흉악범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세르게이 카지쿠르바노프란 살인범이 우크라이나전 참전 후 사면을 받았다.
이 남성은 2006년 러시아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를 청부살해 한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가 살해한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체첸 전쟁을 보도한 노바야가제타의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이다.
이달 초에는 23세 전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고문해 살해한 블라디슬라프 카뉴스가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복무 후 사면을 받았다.
노바야가제타 측은 흉악범에 이어 채무자 대상 모병을 통해 모을 수 있는 병력이 1300만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