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태양열 꾹꾹 눌러 담는 ‘해·발아기’… 에너지 혁신 이끌다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태양열집열기 전문기업 금철

접시형 반사경에 프레넬 렌즈 부착
이중 집열방식 열·전기 동시 생산
온도 1000도 이상… 해수 담수화도
외부전력 없이 운용 섬 등에 효율적
사우디·UAE 등 해외서도 ‘러브콜’

고효율 산업용 태양열집열기를 개발·생산하는 중소기업 금철이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과 대규모 계약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자리한 금철 공장에서 만난 박인석 전무는 “금철은 설립 2년 만에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공장을 설립해 초도제품을 판매하는 등 국내외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자체 개발한 ‘해·발아기’는 통상 접시형 반사경을 통해 열을 모으는 방식에 더해 돋보기 원리를 이용한 프레넬 렌즈로 또 한 번 열을 받아들이는 세계 최초의 상하 이중 집열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여기다 태양광 자동 추적기능으로 집열량이 고정식보다 월등히 많고, 태양광 패널까지 부착해 외부 전력없이 독립적으로 운전이 가능해 섬이나 사막 등 오지에서 활용하기 좋다고 덧붙였다.

금철 직원이 태양열집열기인 해·발아기의 집열기에 거울 부착틀을 고정하고 있다.

태양열집열기는 일조량이 많은 미 서부나 중동 등에서 가정용으로 주로 유통된다. 해·발아기는 집열 온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산업용으로 확대한 것인데, 태양광까지 조합해 독자 운용이 된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지난해 영국계 담배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2기를 납품받은 뒤 추가 계약이 논의되고 있고, 대학 연구용 구매도 이어지고 있다.

금철은 2020년 6월 법인 설립 후 전라남도와 광주, 나주, 한전, 한전KDN과 투자협약을 맺고, 이듬해 한전으로부터 태양광·태양열 리시버와 집광형 태양광 에너지 변환시스템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그해 7월 1공장을 준공했다. 금철이 보유한 특허는 태양광을 이용한 온풍장치 등 국내 7건으로, 집열장치와 관련한 2건은 국제특허를 출원 중이다.

해·발아기는 700개의 작은 거울을 장착한 접시형 태양열집열기와 태양광 패널이 조합된 제품으로 열(온수나 스팀)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한다. 통상 접시형 반사경에서만 열을 받지만, 상부에 프레넬 렌즈를 추가해 이중으로 열을 모으는 게 핵심이다. 접시형 반사경 직경이 3m인 해·발아기 3.0을 기준으로 상부(프레넬 렌즈)에선 1500도, 하부(반사경)에선 1030도가 집열된다.

박 전무는 “기존 태양열 제품들과 달리 집열온도가 1000도 이상인 데다 전기·열을 동시 생산하고, 자립형 독립형 설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선하 책임연구원은 “사업 초기엔 온도가 너무 높아 측정을 못하고 고장나 폐기된 온도계들이 쌓여갔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열은 열매체유를 통해 순환되면서 활용되는데 250~500도에 달한다. 금철은 올해 반사경과 프레넬 렌즈 직경을 각각 4.2m와 1.4m로 확대해 집열 면적을 2배 늘린 해·발아기 4.2버전을 출시했다.

해·발아기를 활용한 해수담수화 시스템도 가능하다. 집열기의 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어 담수화하고, 소금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열풍 건조가 필요한 사업체나 농수산물 업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조달청에 등록되면 인근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미래에너지서밋 2023’에서 금철의 태양열집열기인 해·발아기가 전시된 모습. 금철 제공

박 전무는 “화석연료 및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담수 수급이 어려워 자립형 시스템을 통한 담수 공급이 필요한 국가나 오지, 도서 산간에 효율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섬이나 수영장·목욕탕 운영자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서도 납품계약 체결이 잇따르고 있다. 금철은 대규모 양산을 위해 공장 자동화도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와 3000억원대 투자계약을 위해 ‘네옴시티’에 출장 중인 최광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화 통화에서 “해·발아기는 4세대까지 출시됐지만 5000도까지 집열되는 새로운 방식의 9세대까지 개발이 완료됐다”며 “지금은 태양열로 건물 난방과 냉방 등을 하고 있지만 고온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열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열화학 물분해 기술’을 연구 중인데, 2000도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