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2월1일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사용되는 흑연 수출 통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수입량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 중인 한국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30일 중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새로 시행되는 조치는 고순도(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 초과)·고밀도(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인상흑연 등 일부 흑연 품목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시킨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들 품목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국무원 승인을 거쳐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고순도·고강도·고밀도 흑연은 반도체와 배터리, 원자력, 에너지, 항공·우주. 바이오·의약, 신소재, 첨단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또한 올해 1∼9월 기준 한국의 흑연 제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 흑연이 97.7%, 인조 흑연이 94.3%에 달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의 흑연 규제가 다가오면서 일본과 한국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이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을 인용하며 “중국 산업 공급망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수입한 흑연을 가공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는 후지흑연공업의 경우 11월 중국에서 수입하는 흑연 물량을 예전의 1.5배로 늘려 재고를 확보했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아프리카로부터 흑연 수입을 고려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매체는 한국 기업 역시 대체 공급처를 찾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국내 보도를 인용해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등이 신규 흑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칭자오 중관춘 신형배터리 기술혁신연맹 사무총장은 환구시보에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다른 배터리 원료에서도 시장에서 큰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배터리 분야에서 한·중·일의 3파전 경쟁 구도가 비교적 견고하지만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의 우위는 다른 국가들이 따라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이 중국의 산업 공급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짚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흑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긴밀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이미 3∼5개월분의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당장 수급에 큰 차질을 빚진 않겠지만 통제가 길어질 경우를 대비한 공급선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30일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에서 “앞선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사례로 볼 때 다소 기간은 걸리더라도 흑연 수급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당 조치 관련 우리 기업과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번 조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향후에도 관련 부처와 협력하면서 주중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한·중 공급망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