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재재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수사를 총괄했던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 등 현역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150명)이 찬성하면 의결되므로 원내 과반인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늘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먼저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 소집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의 탄핵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거대 야당이 이 위원장과 이 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속셈은 뻔하다.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를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만들어 식물 상태로 전락시킴으로써 내년 총선 때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 수사팀을 겁박해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담겼다. 민주당의 탄핵 폭주는 이 위원장 탄핵안 ‘복붙’(복사해 붙이기) 해프닝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9일 이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이튿날 철회한 뒤 어제 다시 제출했다가 또다시 철회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 이유가 황당하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아닌 검찰청법에 의해 탄핵한다고 탄핵안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검사 2명 탄핵안을 같이 작성하는 과정에서 ‘베껴쓰기’를 잘못해 망신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수정해 재재발의했다.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400건이 넘는 민생법안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 폭주에 막혀 예산안은 처리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고, 민생법안들도 언제까지 표류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민주당은 민생보다 탄핵을 통한 강성 지지층 결집이 더 중요한가. 국민 삶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런 행태를 이어가면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책임이 막중하다. 지난해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을 22일이나 넘겼다. 가뜩이나 올해는 나라 안팎의 경제·외교안보 환경이 심상치 않은데 지난해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김 의장은 예산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본회의를 개의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