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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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만8000%’… 취준생·주부 대상 초고금리 사채업자

국세청, 불법 사금융업 대상 세무조사
20만원 빌렸는데 7일 후 128만원
주부·취준생 타깃…못 갚으면 협박
검찰과 협업 증거 자료 확보 계획

A씨는 20∼30대 지역 선후배를 모아 조직을 만든 뒤 비대면·점조직 형태의 불법사채업을 시작했다. 조직원 간에는 가명을 썼고, 대포폰·대포차량을 사용하며 3개월 단위로 사무실을 옮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포통장 등 차명계좌로 이자를 받고, 특정 장소에 현금을 두면 중간책이 수거하는 ‘현금박스 던지기’ 수법도 썼다.

이들은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취업준비생이나 주부를 타깃으로 삼았다. 특히 수십만원 정도의 소액을 초고금리로 단기간 빌려주는 수법을 썼다. 20만원을 빌려주고 7일 후 128만원을 갚도록 하는 식이었다. 이런 수법으로 연 금리로 환산할 경우 2000∼2만8157%에 달하는 금리를 챙겼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 채무자의 얼굴과 타인의 나체를 합성한 전단을 가족·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뉴스1

국세청이 A씨처럼 고금리와 협박·폭력을 동원한 추심 등으로 민생을 위협하는 악질 불법 사금융업자 108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채업자 89명,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이다.

이번 조사는 11월9일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은 △노숙인 명의 위장업체를 만든 뒤 서민·소상공인에게 일명 ‘카드깡’ 대출을 해준 사채업자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운영자금을 빌려주면서 비상장주식 거래로 위장해 세금을 축소한 사채업자 △불법추심이 들통나 부과받은 과태료를 손금으로 산입해 세금을 줄인 채권추심 대행업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고금리 이자를 받은 지역 토착 사금융업자 등이다.

국세청은 검찰과 협업해 필요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증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탈세액에 상응하는 조세 채권을 미리 확보하는 ‘확정 전 보전압류’도 적극 활용한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불법 이익으로 호화·사치 생활을 누린 31명에 대해 자금출처를 조사한다. 또 고액의 세금을 체납 중인 불법대부업자 24명에 대해서도 재산 추적 조사가 시작됐다. 최근 5년간 세무조사에서 고액의 탈루세액을 추징받았지만 재산을 숨긴 채 버틴 대부업자들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