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열흘 만에 전국 누적 관객 300만명에 육박한 영화 ‘서울의 봄’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에 MBC가 2005년 전파를 탔던 총 41부작 드라마 ‘제5공화국’을 자사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영한다고 1일 밝혔다.
MBC는 2일부터 자사 케이블 채널 ‘MBC ON’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각 4편씩 ‘제5공화국’을 내보낸다. 배우 이덕화가 전두환 전 대통령 역할, 서인석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이진우가 허화평, 홍학표가 장세동 역을 맡았던 드라마는 1979년 10·26 사건부터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자세히 다룬 국내 대표 정치드라마다. 방영 당시 국내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작중 인물 이름이 실존 인물과 같다는 게 영화 ‘서울의 봄’과의 차이다.
MBC는 “재야 인사 행보와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삼청교육대 6·29선언까지 영화 ‘서울의 봄’을 예·복습하기 좋은 작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총 41회차 중 4~11회는 ‘12·12 쿠데타’를 부제로 하며 12회는 영화 제목과 같은 ‘서울의 봄’을 부제로 스토리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 누적 관객수는 1일까지 총 295만2924명으로 집계됐으며, 총 275억여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12·12 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숨 막히는 9시간을 그렸다. 전두광은 전 전 대통령을, 이태신은 12·12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장태완 장군을 모델로 했다.
정치의 한 페이지를 담은 만큼 영화를 둘러싼 여야의 반응도 뜨겁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나라를 지키라는 군대가 어떻게 국가를 향해 총을 쏘고 나라를 유린했는지 생생하게 봤다”며 “국가보다 사조직 하나회가 더 큰 이익결사체였고, 애국심은 없고 사적 욕망의 카르텔이 어떻게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지도 봤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유린, 역사의 반란은 군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과거에만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며 “군부독재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검찰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특히 “역사 바로보기 차원에서 전 국민이 봐야 할 영화”라며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놓고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채널A ‘정치 시그널’에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수준이나 국격에 비춰볼 때, 계엄령이 가능하겠느냐”며 “너무나 과거에 몰입되다 보니까 (민주당 의원들) 본인들 자체가 무슨 발언을 하는지 또 국민의 눈높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비례)도 SNS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끌어온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비판 기사에 “아직도 40년 전을 사는 냉동인간들”이라며 “민주당이 이렇게 써먹으라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라고 혀를 찼다. 그리고는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80년대 대학에 들어가 광주 비디오를 보며 각성했던 청춘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권력 앞에 야합하지 않았던 장태완 사령관의 용기를 당내 절대 권력자들을 향해 발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