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본인의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사퇴하자 야권은 당혹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 탄핵안을 세 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한 끝에 표결만 앞둔 상황이었는데 이 위원장의 사표를 윤석열 대통령이 수리하면서 탄핵 절차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에게 사표 수리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야당은 이 위원장한테 ‘언론 탄압’을 멈추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는데, 정작 그만두려 하자 탄핵안 처리를 위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사표 수리를 말린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취재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는 이렇게 꼼수로 (사표 수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서 끝내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의를 수리한다면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켜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뺑소니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태다. 방통위가 소위 ‘가짜뉴스’ 단속을 빌미로 MBC 등에 대한 불법적 사전 검열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일반 공무원이라면 퇴직조차 허용되지 않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고민정 의원은 “어제부터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까지 이뤄진 상황”이라며 “이제 와 대통령이 국회의 행위를 막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이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국회에 정식으로 통보하기 전까진 탄핵 절차가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아직 대통령의 사표 수리 의사표명 없으니 그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선 탄핵안이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에도 이 위원장 탄핵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했다가 갑자기 철회해 본회의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다.
당초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이 위원장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한다. 민주당은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본회의가 최소 24시간 동안 지속돼 탄핵안 표결 요건이 충족된다고 봤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기습 철회로 본회의가 종료된 데 이어 72시간 내 다시 열리지 않으면서 이 위원장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또 한번은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안에 검사 탄핵 사유를 잘못 적었다가 뒤늦게 오류를 파악하고 국회에 제출했던 탄핵안을 회수한 뒤 수정 제출했다.